임기를 열흘 남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신구권력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검찰수사권 분리(검수완박) 입법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까지 충돌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군 주요 직위자 격려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文 “집무실 이전 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대해 “꼭 해야 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합동참모본부와 외교부 장관 공관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자 인수위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입장문에서 “청와대가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라던 문 대통령”이라며 “그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또 “지난 5년간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좌절과 분노 속에 지켜봤다”며 “윤 당선인은 이런 무도한 정권을 종식하고 오로지 국익만을 위해 공정과 상식·실용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공세적 메시지는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충돌했다. 김 총리는 “다음주 월요일(5월 2일)부터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오늘도 확진자가 5만 명 이상 나왔다. 어떤 근거로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인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대했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인수위가 마스크 해제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실외 마스크 방역 조치에 대해 정치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인수위는 코로나 일상 회복의 일환으로 마스크 착용의 해제 방향에 공감하지만 현시점에서 실외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오늘 발표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 인수위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두번째)와 유상범 법사위 간사(오른쪽) 등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결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수완박 vs 국민투표

정치권에서는 ‘검수완박’ 입법 논란이 6월 지방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투표 운운하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꼼수 정치를 그만하라”며 “헌법 요건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투표 제안이) 인사청문 정국을 앞두고 인사 폭망에 대한 국민 분노를 돌리고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술책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데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민원서류 발급기인가. 후안무치함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설훈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료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성사되지 않아 물러났다. 마찬가지로 국민투표가 부결되거나 결과가 안 좋으면 (윤 당선인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이렇게 전횡하고 폭주하면서 국회의원이나 공직자의 특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헌법을 일탈한다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민 뜻을 물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국민투표법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설상가상으로 감사원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를 포함해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업무추진비를 직원 격려를 위한 상품권 구매에 사용했다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비록 국회 요청에 따른 감사라는 감사원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감사원이 다시 한번 청와대를 ‘저격’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감사원은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주택통계나 ‘문재인 케어’를 감사하겠다고 했다. 문 정부의 주요 정책을 조준하는 듯한 감사 계획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감사원이 정권교체기에 맞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