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 없이 본선 직행한 박 후보
- 부산 정가서 정치적 위상 제고

- 변성완 후보, 정치력 부재 한계
- 당 차원 체계적 지원마저 부족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사실상 지난해 보궐선거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역의 정치적 지형이 보수로 기울어진 상황이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임 시장의 잔여 임기 1년 여를 채운 현역 시장에게 맞설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박 당선인의 재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선출직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후보가 이미 기울어진 판세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후보를 내세워놓고 당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마저 부족했다.

■朴, 본선 직행·압승

개표작업 분주- 1일 부산 동래구 사직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주연 기자

재선에 도전한 박 당선인은 경선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역대 보수 정당의 부산시장 후보 경쟁은 사생결단식으로 전개돼 본선보다 더 치열하다는 평가를 받은 터라 이번 국민의힘 후보 선출 과정이 주목됐으나 박 후보만 공천을 신청하고, 후보가 되면서 싱겁게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박 후보의 원활한 소통 체계 구축도 박 후보에 큰 도움이 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부산 현안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해 박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때문에 선거 기간 내내 박 후보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정치 신인들은 박 후보의 높은 인지도를 기대하면서 지원을 요청했고, 박 후보는 자당 후보들이 고전했던 지역을 찾으면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원 톱’ 역할을 제대로 했다. 지역마다 박 후보가 등장하는 시간에 맞춰 총력 유세를 벌였다. 이런 면에서 박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 정가에서 확고한 정치적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 측, 시종일관 무기력

박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은 민주당의 변성완 후보도 무경쟁·무경선으로 선출됐다. 보수 우위의 정치적 지형에서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당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출마를 포기하면서다. 일부는 후보 선출 이후에도 ‘거물 후보 영입론’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처음으로 선출직에 도전한 변 후보는 정통 고위 관료 출신으로 대중성과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불식했다. 곰 탈 복장을 하고 유권자들을 만나는가 하면 토론회 때마다 달변가인 박 후보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언변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당은 패배를 예견한 듯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무기력했다. 시당 지도부와 지역위원장들은 거리에서 인사만 할 뿐 선거운동에 임하는 전략과 전술은 없었다. 집권 여당 시절 목소리를 높이던 일부 지역위원장과 주요 인사들은 선거운동 기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방선거를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의 조직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을 두고 변 후보 본인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앞으로 정치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박형준 후보의 당선 여부보다 박 후보와 변 후보의 득표율에 더 관심이 쏠릴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졌다”며 “민주당은 특유의 간절함마저 없는 선거운동으로 패배를 자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