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새 대형 국제대회 두개 유치 ‘무리’
- 대통령실 “정부 차원 검토된 바 없어”
- 부산시 “대통령·정부가 조율 나설 것”

서울시가 2036년 서울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면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암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한 국가에서 대형 국제대회를 두 개나 유치하겠다고 나서면 국가 역량이 분산되고, 국제사회 득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이미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엑스포 유치에 총력전을 펴고, 올림픽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토마스 바흐(왼쪽 세 번째) IOC 위원장, 반기문(왼쪽 두 번째) 전 유엔사무총장과 오세훈(왼쪽 첫 번째)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을 찾아 1988년 서울 올림픽이후 계속 타오르고 있는 ‘세계 평화의 성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방문해 서울올림픽 유치 의사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8일 서울올림픽 레거시 포럼에서 잠실종합운동장 등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또 한 번의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며 2036년 올림픽 유치 뜻을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서울에 대해 “모든 올림픽 대회의 귀감이 되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부산시는 서울시 움직임에 당혹스런 표정으로 동향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는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올림픽 추진은 국민께 의견을 묻고, 정부 차원에서 성공 가능성과 비용 대비 효과 분석 등 다양한 검토를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국가적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 역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NOC(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 총회 기조연설에서 2036년 서울 올림픽 유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2024년 강원동계청소년 올림픽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울 외에 인천 등에서도 유치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일단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건 아니라고 하니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 “결국 대통령실이나 정부에서 조율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2032년 올림픽이라면 모를까 2036년 올림픽이 2030엑스포 유치에 치명적인 어려움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치른 바 있고, 2030 엑스포 경쟁국인 사우디는 2030 월드컵까지 동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벌이는 시점도 차이가 있고, 투표권자도 다르다. 물론 한국이 국제행사를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외교력이 분산된다는 점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결국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활동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도 있어 유불리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