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역대 최장 지연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부산 경남의원을 포함한 12명의 국회의원들이 출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의회 교류 활동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생이 달린 예산안 처리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원식 예결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제1차 2023년도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1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속 위원 16명 중 8명은 지난 11일 본회의 종료 후 시차를 두고 출국했다. 출국한 의원 중 4명이 부산 경남 의원이었다.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이, 경남에서는 국민의힘 강민국(진주을)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최형두(창원마산합포) 의원 등이다.

이들은 17일 귀국 예정으로 15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는 불참할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 소속인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함께 가는 일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애초 오는 16일에 해외 일정을 고려했으나, 예산안 처리 문제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취소했다.

정개특위 의원들의 이번 출장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등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목적이다. A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국제신문과 통화에서 “오래전 계획된 일정이다. 정기국회 종료이후로 계획된 일정이고, 해외 관계국과 협의해 약속을 정한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정개특위에서 논의될 선거제도와 관련된 일정”이라며 “짧은 기간 3개국을 다니는 빠듯한 일정으로, 공무 외 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소속 이주환(연제)·이헌승(부산진을) 국민의힘 의원도 11일 헝가리로 출국해 인근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 중앙아시아를 방문한 뒤 19일 돌아온다. 이번 방문은 지난 8월 중앙아시아 3개 국에 대한 대통령특사 자격 방문에 따른 후속조치의 성격이 크다. 헝가리의 경우는 K-방산 등 국방관련 관계자와 면담 일정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춘숙 위원장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해외로 출국해 17일 귀국한다.

국가 예산은 가장 중요한 민생 문제이고, 예산심의권은 국회의 고유한 독립적 기능이다. 헌법 제54조는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 처리하지 못한 역대 최장 ‘지각 예산’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센 만큼, 예산안 처리 없이 해외에 나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