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장관 “부스럭 돈 봉투소리도”
- 노 의원은 “조작” 본회의서 설전
- 반대 161표 찬성 101표 나와
- 169석 野 무더기표 방탄 논란

뇌물수수·불법 정치자금 위반 혐의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며 구체적인 증거들을 나열했지만 결국 부결됐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에 앞서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 요청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 노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본회의에 참석한 271명의 의원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9석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방탄정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감수하고도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계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면 이 대표 때는 부결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재명 방탄의 예행 연습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불체포특권이 국회의원 개인의 부패, 비리 의혹에 대한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한 장관과 노 의원은 ‘증거’를 두고 법정을 방불케 하는 설전을 주고 받았다.

한 장관은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노 의원이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밖에도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 정치로 보답하렵니다’는 노 의원의 문자도 있고, ‘저번에 도와주셔서 잘 저걸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는 노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통화 녹음파일도 있으며 청탁받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노 의원의 문자도 있다. 청탁받은 내용이 적힌 노 의원의 자필 메모와 보좌진의 업무 수첩도 있으며, 공공기관에 국정의정시스템을 이용해 청탁 내용을 질의하고 회신하는 내역까지 있다”며 증거를 설명했다.

한 장관의 체포동의 요구 설명에 이어 신상발언에 나선 노 의원은 “한 장관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차고 넘치면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제시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느냐”며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갑자기 ‘녹취가 있다, 뭐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방어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한 장관이 국회 표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구체적으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말하는 것, 이런 정치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있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언급한 녹취 내용에 대해서는 “몰래 두고 간 돈을 행정비서가 돌려보냈다”며 “돈 줬다는 사람도 돌려받았다고 하는 것인데 녹취가 있다며 새로운 내용으로 부풀려서 언론플레이로 사실 조작을 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한 장관은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게 잘못된 결정이라는 건 동의하실 거로 생각한다”며 “생생하게 지켜 본 국민이 오늘의 결정을 오래도록 기억하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