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설’이 돌던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신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날 언론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한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본다”고 사퇴 뜻을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윤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의를 오늘 고심 끝에 수용했다”며 신임 조태용 실장 내정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미대사의 후임자는 신속하게 선정해 미 백악관에 아그레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달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된 데 이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과 주 미대사까지 연쇄 교체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도 “미국 방문을 앞두고 안보실장을 교체할 수는 없다”며 김 실장 교체설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기사”라고 부인했다. 이 때문에 외교안보라인 쇄신이 이뤄지더라도 내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오는 5월께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김 실장이 전격 사퇴한 것이다.

김 실장의 사퇴는 ‘4월 말 국빈 미국방문’ 일정 조율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미국 측에서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장에서 한국 가수 블랙핑크와 미국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되지 않아 무산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일정상회의 등에 대한 미흡한 대응과 안보실과 외교부간 알력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굵직한 대통령 외교 일정을 앞둔 시기에 외교 참모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외교안보 정책 수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표면적으로는 국빈 만찬 공연을 둘러싼 혼선이 이유지만, 항간에는 김건희 여사 라인의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 비서관들의 충돌설, 김성한-김태효 알력설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3.2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