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들은 인사청문회가 부담
- 11개 부처 차관 12명 先교체
- 尹 “이권 카르텔 혁파를” 주문
- 국힘 “개혁 위한 진용 구축돼”
- 민주 “구제불능의 인사” 혹평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차관을 대폭 교체하면서 대통령실 비서관을 전면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개각에 맞먹는 쇄신 효과를 통해 취임 2년 차 국정 동력을 얻으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특히 비서관 출신 차관 내정자들에게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과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단행된 차관 인사는 11개 부처 12명으로, 19개 부처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이 큰 장관 대신 실무 최고 책임자인 차관을 바꿔 사실상 개각 효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이번에 차관에 발탁된 인사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김오진 관리비서관이, 2차관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이 내정됐다. 해양수산부 차관엔 부산시 경제부시장 출신의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이, 환경부 차관에는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이 내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는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이 낙점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부터 1년 여간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을 체화한 인사를 부처에 전진 배치해 국정과제 이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용산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수시로 대면 보고해온 비서관들이 각 부처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통령실의 국정 장악력이 세지고 정부 간 소통도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처 차관에 내정된 비서관들과 만나 “공직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 부당하고 불법적인 카르텔을 깨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이권 카르텔 혁파를 강조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책홍보와 체육·관광 등을 담당하는 2차관에는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 교수가 인선됐다.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이 승진 발탁됐다. 고용노동부 차관으로는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비서관을 맡았던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임명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으론 오기웅 현 중기부 기조실장이,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한훈 통계청장이 자리를 이동할 예정이다.

외교부 2차관으론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가, 통일부 차관에는 외교부 출신인 문승현 주태국대사가 발탁됐고, 통일비서관으론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내정됐다. 외교부 첫 여성 차관 기록을 세운 오영주 내정자는 경남 마산, 문승현 통일차관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동래고를 나왔다. 백원국 국토 2차관 내정자는 경남 거창 출신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차관급)은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교수가 내정됐다. 내정자들은 7월 3일자로 임명될 예정이다. 차관 차출에 따라 대통령실 비서진 개편도 연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단행한 개각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진용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 같이 자격 없는 사람만 고르나”며 “구제 불능의 인사”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