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불참사유 제출 놓고도 이견
- 산은 이전 주도권 국힘에 뺏기고
- 정책 제시보단 저격 몰두 비판도

부산 더불어민주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인 부산시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간의 내부 갈등이 노출되는가 하면 지역 현안 대응에도 힘이 빠진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사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듣겠습니다-부산시당과의 대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송이 기자

지난 24일 부산진구 민주당 부산시당사에서 열린 김은경 혁신위원장과의 간담회는 시작하자마자 부산지역 현역 의원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지난 22일 경기도가 지역구인 의원이 우리 바다를 지키겠다며 도보 순례로 부산에 왔다. 그런데 정작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 의원은 한 명도 행사 현장에 오지 않은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부산 현역 국회의원 3명은 원내, (부산시당) 위원장은 원외다. 그래서 (현역 의원) 통제가 안 된다는 말이 많다”고 비판했다.

당원들이 지역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갈등이 드러난 것인데, 특히 친명 성향의 시당과 현역 의원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셈이다. 한 시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 중에는 확실한 친명계가 없는 반면 당 행사에는 친명 인사가 많이 참석하다보니 섭섭함을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비명 갈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초의원 등 선출직을 대상으로 대규모 당내 행사에 불참할 때는 사유서를 받는 것을 두고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시당은 지난 2월 서울 집회와 지난달 부산 장외집회 불참자를 대상으로 사유서를 요구했다. 시당은 “선출직이 당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므로 사유를 알리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일각에서는 “사정이 있거나 의견이 다르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친명 행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지역 현안에 대한 역할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이미 주도권을 놓친 상황이다. 민주당은 부산시가 주도하는 산은 부산 이전 TF에 참여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실무자 회의에는 3명 중 2명이 불참하면서 무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시정에 대한 견제에서도 정의당과 진보당에 비교된다. 정의당은 시가 대중교통요금 캐시백 정책을 발표하자 1만 원 프리패스제를 역제안했으며,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에 대해서도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진보당은 시와 16개 구·군 순세계 잉여금을 분석하는 등 정책 견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 부산시당은 최근 한달 사이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등을 열긴 했으나 대다수 논평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을 저격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박형준 시정 1년 평가 토론회는 지역 단체·기관 중 가장 늦게 열어 ‘뒷북’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시당이 모든 사안에 대해 일단 ‘싸우자’부터 하고 나오니 정책 대안을 제시하거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총선을 앞두고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현역 의원, 시당이 모래알처럼 움직이고 있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