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구여부 결정 안돼 전략 골머리
- 갑을 양당 현역의원 신경전 치열
- 주민 “지역구의원 누군지 헷갈려”
- 현행 유지 전망에 후보군도 꿈틀

지난 20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교차로. 차와 사람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교차로 신호등 앞에 정치 현수막 3개가 나란히 걸렸다. 총선 선거구 남구 갑을의 경계지점인 이곳에는 남갑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남을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명의 현수막에다 민주당 남갑 이강영 지역위원장까지 가세했다.

20일 오후 부산 남구 갑을 선거구의 경계지점인 대연교차로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명의의 정치 현수막 3장이 나란히 걸려 있다. 하송이 기자

‘지역구를 넘나드는’ 정치 현수막은 남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을에 속하는 용호동 성모병원 앞 교차로에는 역시 박재호 의원과 이강영 위원장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고, 30ｍ 떨어진 곳에 박수영 의원의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또 남을에 속하는 황령터널 진입로에도 남을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소속 성현달 부산시의원과 남갑인 박수영 의원의 얼굴을 나란히 넣은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6개월 앞두고 남구 일대는 ‘선거구 혼란’에 빠졌다. 갑을 모두 인구 하한선이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선거구가 합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획정되지 않아 ‘합구인 듯, 합구 아닌, 합구 같은’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40대 남구 주민은 “다른 구에 비해 현수막 숫자도 많은 것 같은데, 양당의 여러 명이 동시에 걸다 보니 우리동네 의원이 누구인지도 헷갈린다”며 혀를 내둘렀다.

양당 현역 의원은 갑을 합구를 전제로 활동범위를 남구 전역으로 넓히면서 벌써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주부터는 매주 일요일 오후 UN평화공원 내에서 동시에 부스를 차리고 주민 만남 행사를 여는 일도 벌어졌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갑을 현역 의원이 다른 당 소속이어서 남구는 사실상 본선이 시작된 셈”이라며 “지난주 열린 지역행사에서는 인사말을 통해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와 반대로 일각에서는 선거구 ‘현행 유지’ 전망이 제기되면서 양당의 출마 후보군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언주 남을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지역을 떠나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전략공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구 대연고 출신인 주진우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과 배정고 출신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이 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상대로 거론된다. 또 지역 정치인 가운데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은택 남구청장도 거론된다. 오 청장은 22일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국제신문의 질문에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지역 인지도가 높은 만큼 현행 유지로 결론나면 또다시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박재범 전 남구청장과 이강영 위원장이 남갑 박수영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컴백’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선거구가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니 총선 전략을 짜기가 매우 힘들어졌다”며 “내년 1월 이후에 선거구가 획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