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요한 “사실 아니다” 진화 나서
- 해체설엔 “내부 의견일 뿐” 일축
- 김기현 “일부 위원 언행에 유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총선 희생’을 강조하며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에게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를 촉구한 지 열흘이 넘도록 당사자들의 전향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압박하기 위해 혁신위가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혁신위의 조기 해체설까지 흘러나오자 혁신위는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희생을 요구받은 당 주류와 혁신위 사이 갈등 조짐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4·3평화공원 참배를 위해 14일 제주를 찾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제주도당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우리(혁신위)가 선거 대책을 맡은 선거위원회도 아니고 그것(리스트 작성)은 우리한테 부적절한 행위”라면서 “다시 한번 강하게 말씀드리는데,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 위원장이 2호 혁신안 관련 당내 반응이 없을 경우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면서 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인 위원장은 이날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2월 초까지 국회 일정이 많아서 (당사자들의 응답을)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마실래’라는 표현에 대해선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이다. 그 매는 (총선 때) 국민의 투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희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란 의미다. 이어 그는 “시간을 더 주면 (응답할 거라고) 100%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불거진 ‘혁신위 조기 해산설’에 대해선 일축하면서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의견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혁신위원의 의견이 많았다”며 “(혁신위 활동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잘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와 친윤·중진들의 기 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조기 해체론’이 보도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탄생 106돌 기념식에 참석한 후 “일부 (혁신위원)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 기강을 흐트러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좀 더 권한과 책임 사이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좋겠다.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위원장 개인의 생각인지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인지 유심히 지켜 봤다. 당내 다수 중론은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