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선대위 “살얼음 걷는 심정

- 정치인 고개 드는 순간 어려워져”

공천파동을 뒤로 하고 4·10 총선 본선에 접어들면서 우세가 전망되는 더불어민주당이 낙관론 단속에 나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선거전에서 막판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의 우세가 민주당 자체에 대한 긍정 평가 덕이 아니라 이른바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따른 여당 지지세 하락에 힘을 입었다는 점도 이 같은 경계령을 뒷받침한다. 얼마 전만해도 공천 파동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던 민주당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주의보가 뜬 셈이다. 최근의 악재로 수도권 지지율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세몰이에 나서는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에 나서는 등 보수층 집결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북지역 총선 후보자들이 2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옛 도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개인적 언급들이 나타나고 있다.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전날 인천 현장 유세에 나선 이재명 대표도 “170석이니 180석이니 이런 소리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같은 날 김교흥(서구갑) 의원은 “인천의 14석이 당선되면 우리가 200석을 당선시킬 수 있다”고, 정일영(연수을) 의원은 “200석 이상을 차지하는 민주당”이라고 하는 등 느긋한 낙관론이 잇따르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 200석을 만든다면 ‘김건희 특검’ ‘이태원 특검’ ‘채상병 특검’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조국혁신당 등 진보 진영 세력을 합치면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이 같은 발언을 지적하며 “정치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어려워진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이것이 당의 자세이기도 하다. 후보들도 그런 당의 기조와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선거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격전지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도 “전체에서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서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인근 지역 출마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수도권 지지율에 비상이 걸리며 총선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TK 방문은 물론, 다음주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하는 등 보수 표심 다잡기에 나섰다.

특히 이날 그는 대구 윤재옥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종섭 대사와 관련 “우리는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대사를 귀국하게 했다”며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이 대사를 조사할) 준비가 안 됐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질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시끄럽게 언론플레이하고, 직접 입장문을 내는 수사기관을 본 적이 없다”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공천한 조수진 변호사의 성범죄자 변호 논란을 부각하며 “변호사는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강간당했는데, ‘아버지가 그랬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변호하는 경우는 상식적으로 없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다음주 중에는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보수 지지층 결집을 최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 당시 이명박 정권 심판론 속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에 공천, ‘탄핵의 강’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에도 한 위원장은 “탄핵의 강은 굉장히 오래된 얘기다.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해 친박(친박근혜 계) 세력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공천 취소 이후 탈당해 대구 중남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도태우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 변호인이었다는 점,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북 경산에서 무소속 출마에 나선 것도 한 위원장의 박 전 대통령 예방 배경으로 지목된다. TK에 출마하는 친박계 무소속 후보 2인이 자칫하면 여당 표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TK 중에서도 이들 무소속 후보 출마지역을 선택한 것도 김기웅(대구 중남), 조지연(경북 경산)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