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 합의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한나절 협치’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기간 조정 등을 하면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법안통과를 21대 국회에서 밀어붙이기로 한 야당의 강경한 입장을 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자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은 참사 발생 551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본회의 표결을 전 법안심사 보고에서 “오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552일째 되는 날인데 이제야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를 하게 돼 유가족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유가족과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21대 국회가 국민께 보여드리게 돼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에 오기까지 유가족들의 많은 양보가 있어서 여야가 합의에 다다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가결하자 해병대 관계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태원특별법 처리 후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하면서 본회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 끝에 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의 의사일정 변경과 단독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지만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법안이 가결됐다.

채상병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2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협치 아닌 독주 민주당을 규탄한다’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에 국민의힘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을 향해 입법폭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며 “(민주당과 김 의장이) 채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은 앞으로 21대 마지막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며 “새 원내대표가 (9일) 선출되면 새 원내대표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의회 폭주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관련해서는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 시선에 따라 처리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안팎과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윤 원내대표 입장도 법안에 반대한 게 아니라 (처리) 일정을 늦춰달라는 것이었지만, 오늘이 지나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