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에 물러서는 것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한 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되어 더 이상 당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절을 했으며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재차 허리를 숙였다.

한 대표는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찬반을 두고 메시지에 혼선을 빚었던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도 12·3 계엄사태 당시 불법계엄을 막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 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 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이 배출한 인물일지라도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받으면 보수와 자당을 배신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 찬성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 12·3 계엄을 선포한 행동을 보수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한 셈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면모를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저격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며 “얼마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지지하거나 비판한 국민 모두와 당원, 당직자 등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 한 대표는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회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