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현안은 정쟁에 밀려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주도권을 놓고 여야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 대표가 탄핵 이후 처음으로 18일 공식 회동을 갖고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으나 각자의 입장을 말하는 ‘빈손 회동’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며 민생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내지만 국민의힘은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여당이어야 한다며 제동을 거는 형국이 이어진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국정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남발했던 탄핵을 철회해달라”고 했고, 이 대표는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자”며 각자의 견해를 피력했다. 앞서 권 권한대행은 민주당의 추경 제안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도 민주당에 휘둘리지 말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이날 회동에선 내년도 예산이 집행도 안 됐는데 추경을 논의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요지로 이 대표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도 거론됐다. 이 대표는 “(권 대행이 협의체에) 약간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며 “필요한 부분까지는 저희가 다 양보할 수도 있지만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교섭단체로서는 좀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의체 논의와 관련, “권성동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제 폐해를 거론하며 이 대표에게 개헌과 관련해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권 원내대표는 반도체 특별법과 전력망 확충법 등의 조속한 정리를 제안했는데, 이 대표는 “우리도 검토 중에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야가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민생 법안이 없지 않은데도 이들 법안은 정쟁에 밀려난 모양새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외국인 투자 및 외국인 관광 위축 등 정부로서는 대외 리스크 관리는 물론 국내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데도 국회의 힘 겨루기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당장 야당이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 등을 관철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사실상 제동을 건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