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가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국회 운영비를 끊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확인했다.

경찰이 통신 영장을 신청하고, 공수처가 청구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본은 오는 25일 윤 대통령의 출석을 앞두고 해당 통화 내역을 분석해 내란 사태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모 관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통화 내역은 보안 처리된 비화폰이 아닌, 윤 대통령의 일반 휴전전화 통화 내역이다.

또 경찰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달한 ‘지시 문건’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어라’,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 예산을 짜라’는 내용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부총리는 국회에서 해당 문건이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사항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계엄 관련 재정 자금을 확보하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고 진술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는 25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은 다달이, 필요한 자금을 기재부에 신청해서 받아야 한다. 국회 운영비를 끊으라는 지시가 이 같은 경비 지급을 중단하라는 의미라면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해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건 물론 돈줄까지 조여 국회를 압박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 헌법 제77조 제3항을 보면 비상계엄 시에도 국회의 권한은 제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의 국회 예산 관련 지시 정황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은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 예산을 짜라’는 지시의 의미도 국회 해산을 전제로 한 것인지, 수사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까지 불서 조사를 마친 후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 절차적, 실체적 측면에서 하자가 있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회의록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고, 회의록과 심의 관련 문서가 존재하지 않은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