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대행 탄핵 땐 부총리 대행
- 與 “인질극… 정족수는 200명”
- 가결 땐 정국 혼란 가중 전망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시한’으로 제시한 24일에도 이른바 ‘쌍특검법’(내란일반특검법·김건희여사특검법)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법안의 공포 혹은 재의요구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까지로, 24일 국무회의에서 상정되지 않을 경우 31일로 예정된 정례 국무회의에서 공포안 혹은 재의요구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4일 국무회의에 특검법안 상정이 쉽지 않다고 전하며 “여러 가지 헌법·법률적인 요소를 살펴봐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이를 푸는 데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정책 간 일관성·정합성을 지켜 나가는 것이 대행 체제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일관성을 강조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김여사 특검법 등과 같은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왔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것처럼 우리가 어떤 정치적인 흐름에 좌지우지하진 않겠다는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결정을 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비상행동에 돌입하는 등 압박 고삐를 조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한 권한대행이 시간을 지연하는 것은 헌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다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자 자신이 ‘내란 대행’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한 대행을 향해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특검법 공포를 촉구하며 “민주당은 한 대행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방안을 포함해, 신속하고 철저한 내란 단죄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총리실 고위관계자가 이날 밝힌 것처럼 24일 국무회의에선 특검법안이 상정되지 않는다. 이에 민주당이 실제 탄핵을 추진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최 부총리 역시 한 권한대행과 마찬가지 입장을 취할 경우 민주당이 또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은 줄줄이 탄핵으로 인한 국정혼란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탄핵이라는 칼을 대통령 권한대행의 목에 들이대고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찌르겠다는 탄핵 인질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 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하고,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이 가결되려면 대통령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이뤄지면 정국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