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야당은 즉각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공언도 국민을 기만한 공허한 말 잔치였다”며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수처의 1차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스스로를 법치주의자라 했던 윤석열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라며 “위헌적 계엄을 정당화하더니 이제는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는 깡그리 무시하기로 작정한 건가.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 검사였고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질타했다. 그는 “온 나라를 수렁에 빠뜨려 놓고 본인만 살겠다고 수사를 거부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는 모습이 참으로 비루하기 그지없다”며 “수사를 거부하며 시간을 끌면 내란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수사에 응하라”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공수처를 향해서도 “윤석열 내란 사건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즉시 내란수괴를 체포해 구속 수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의 출석을 오후까지 늦춰서 기다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대통령께서 공수처에 출석하는 소중한 시간을 꼭 내주시기를 거듭 요청 드리고 원한다”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오 처장은 12·3계엄사태 직후엔 “내란죄의 수괴와 내란죄의 중요 범죄 종사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정작 윤 대통령의 출석 불응에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연전략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3차 출석을 요구할지, 체포영장을 청구할지를 26일 결정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대리인단이 26일 이후 탄핵심판 입장을 밝히기로 했고, 헌법재판소가 27일 예정대로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여는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 청구 등과 관련, “일반 수사기관은 통상 세 번 부르지만,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있어서 절차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헌재가 제출을 명령한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도 제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