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수용 여부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및 특검법 공포를 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지난 27일 한 전 권한대행은 탄핵됐다. 특검법 2개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1월 1일로, 민주당은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31일을 특검법 공포 마지노선으로 정한 바 있다. 다만 29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민주당에서도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정치권은 시기보다는 최 권한대행의 정무적 판단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청 재난상황실에서 열린 권한대행 주재 영상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권한대행은 한 전 권한대행 탄핵표결에 앞서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것”이라며 정치권에 탄핵소추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해 온 최 권한대행이 한 전 권한대행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임명 등 현안에서 정치권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도 나왔다.

최 권한대행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 의원은 개인SNS에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을 경제관료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 권한대행은) 경제학 이전에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위공 박세일 선생의 수제자 중 한 사람으로 그 기개를 이어받은 사람”이라며 “이재명 의원으로서는 호랑이를 탄핵하려다 사자를 만날 수도 있으니, 아예 탄핵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접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대구대 김양희(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 권한대행이 “어차피 탄핵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이처럼 말하면서 대외부문의 대응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고 썼다. 김 교수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한 발언을 공개하면 곤란하다”는 항의를 받았다는 글도 게시했다. 다만 기재부는 김 교수의 게시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가 발발하면서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고심의 시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 수용 등에 마지노선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며 “당연히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 올 연말로 예상되던 마지노선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사무총장은 또 “(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은) 조금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신중하게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서 설득도 하고 대화도 해야 한다. 소통 등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진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