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헌재 결정 전 무죄 추정 원칙”
- ‘尹 구속촉구대회’ 시위대 가세
- 9시간 농성…朴과 면담 뒤 해산
- 與 “홍위병 같은 행위 법적 조치”
- 예상 밖 인파에 내부선 긴장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수천 명이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 박수영(남) 의원이 이끄는 당협위원회 사무실과 외부에서 9시간 동안 농성을 벌이다 해산했다. 국민의힘은 “불법 감금” “홍위병이 따로 없다”면서 조국혁신당 진보당 민주노총이 이번 시위를 주도했다고 맹비난했지만 특정단체가 주최한 시위 수준을 넘어서는 인파가 몰렸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 수천 명이 28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부산 남구 당협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즉각퇴진 비상행동 제공

29일 국민의힘 부산시당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께 남구 대연동 당협에서 박 의원의 민원 해결 모임이 진행되던 중 ‘민원인’ ‘시민’이라고 주장하는 약 40명이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박 의원을 향해 “내란 사태에 입장을 밝히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당협 측은 경찰에 질서유지를 요청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하고 박 의원이 ‘내란죄는 헌법재판소로 가 있다. 헌재가 결정할 때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격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현장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이 같은 소식은 이날 오후 서면에서 열리던 ‘윤석열 구속 파면 부산 시민대회’ 참가자들에게 전해졌고, 집회가 끝나자 수천 명이 박 의원이 있는 당협으로 이동했다. 주최 측 추산 5000명(박 의원 측 추산 1700명)이 당협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이곳이 부산의 남태령”이라 지칭하면서 “윤석열 구속” “즉각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9시간가량 대치되던 상황은 시위대 대표단과 박 의원 간 면담이 이뤄지면서 일단락됐다. 대표단은 박 의원에게 민원인이 방문했는데 경찰을 부른 것을 사과하고, 내란 사태에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 요구했다. 박 의원은 질서 유지 차원에서 경찰을 불렀으며, 내란죄와 관련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표단은 반발했으나 면담이 끝나고 1시간 뒤 시위 참가자들이 철수하면서 대치가 끝났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즉각 ‘국회의원을 9시간 불법 감금한 좌파세력을 규탄한다’는 논평을 냈다. 시당은 “시당위원장 사무실과 주변이 유린당하는 초유의 사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부산시민 누구도 이런 불법 점거와 시위에 동의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 의원도 SNS에 “불법시위대”라 칭하며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수만 명을 죽인 홍위병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한명 한명 특정해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선처는 없다. 그래야 우리 당 다른 의원 사무실에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중앙당도 “홍위병처럼, 물리력과 폭력으로 압박하고 의정활동을 겁박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부산 시민을 앞세운 세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시위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고 본다. 특히 매주 지역별로 국민의힘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려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 김미애(해운대을) 의원은 개인 SNS에 “나를 비롯한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안정을 위하는 어느 정당이든 국민이 이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같은 날 해운대을 당협 인근에서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자들이 집결해 한 전 대표에게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