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해 비판을 샀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경찰 출신 의원은 ‘당과 국가수사본부 간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의 비판을 자초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6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와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면담했다. 경찰 수뇌부와의 면담 자리는 통상적으로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이 찾는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행안위 소속이 아닌 경찰 출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 참석했다. 참석 의원 8명 가운데 경찰 출신인 이철규(간부후보 29기) 서천호(경찰대 1기) 김석기(간부후보 27기) 이만희(경찰대 2기) 의원은 행안위 소속은 아니지만 경찰청장 바로 아래 직위인 치안정감까지 역임했다.

이철규 의원은 “영장이 무효인데 경찰이 이를 어떻게 집행하려 할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또한 “우 본부장 임기가 언제까지냐. 임기 끝나기 전에 화려하게 수사 마무리해서 빛 보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나중에 훗날을 생각하라”고도 발언해 우 본부장은 “듣기 거북하다”는 취지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장 출신인 서천호 의원은 “요인(대통령) 경호가 경찰 역할”이라며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했더라도 경찰은 요인 경호를 해야 한다. 왜 요인 경호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밖에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경찰 인원이 너무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들의 발언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따질 일” “협박처럼 느껴져 불쾌하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지난 7일 SNS에 “저희 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는 글을 올려 국민의힘의 반발을 샀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 의원은 사실상 민주당과 국수본 간의 ‘불법 내통 정황’을 자백했다”며 “국수본은 국가수사본부가 아니라 민주당 수사본부, ‘민수본’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의 글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실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위반이자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 등 심각한 불법 행태”라며 “누구와 전화·회의했는지 즉시 밝히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