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1일 2차 집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을 비롯해 수사팀 일부가 출근했다. 다만, 당장 영장 재집행에 나서기 위한 긴박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 분위기다. 공수처는 경찰 측과의 협의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전날 사임함으로써 경호처 수장 공백이 생겼지만, 공수처는 영장 집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원 가능한 경찰력의 규모와 장비 등이 재집행 결정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박 전 처장 사임 후 김성훈 경호차장이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경호처의 영장 집행 저지가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차장을 중심으로 경호처가 더욱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라는 경찰의 세 번째 요구에 대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김성훈 차장은 엄중한 시기에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경호처 지휘부 라인의 균열이 시작되면서 체포영장 집행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차장이 경찰의 3차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면서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다른 경호처 간부들도 압박을 느껴 지휘체계에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호처 지휘부가 조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공조수사본부가 기습적으로 영장 집행에 나선다거나 이들이 출석 요구에 끝내 불응할 경우 이들 경호처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모두 발부받아 공수처와 경찰이 각각 윤 대통령과 이들 간부에 대한 영장 집행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공조본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는 만큼 영장 재집행 시점은 이번 주말보다는 다음 주 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전날 영장 집행에 투입될 20여 명의 지휘관을 국수본으로 불러 인력·장비 동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박 전 처장은 이날 경찰에 2차 출석했다. 박 전 처장은 전날 13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께 국수본에 추가로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 박 전 처장을 긴급체포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수사 상황이나 필요성에 따라 사전구속영장 신청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진하 경호처 본부장도 경찰에 출석했다. 경호처 간부 중 두번째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