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범보수 진영의 ‘반(反)이재명 빅텐트’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유력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전날 대법원 판결로 정국이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가 강화된 것이 빅텐트의 추진력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은 오는 3일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즉시 단일화 협상에 착수, 대선후보 등록일(10∼11일) 전까지 후보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상의 주도권을 두고 한 전 총리 측과 국민의힘 후보 측간 피말리는 신경전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국은 우리 중도·보수가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바깥에 있는 반명(반이재명) 세력들과 함께할 수 있는 틀과 전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도 빅텐트 논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어느 분과도 협력할 수 있고, 통합의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의 탄핵을 시도하고, 결국 자신이 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실망했다”며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정말 이 정도인가”라며 “왜 민주당이 지금 관세 협상의 주력 부대로 활동하는 최상목 대행을, 왜 그리 갑자기 탄핵해야 한다고 하는지 정말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대해 비참함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과 각을 세우면서 진영 정치에 함몰된 정치권에 실망한 민심을 자신이 받아 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빅텐트가 성사될 경우 후보 단일화 논의는 결국 국민의힘 전대에서 선출돼 ‘당무 우선권’을 갖게 될 당 후보의 의중에 달렸다는 평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온기창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2025.5.2 [공동취재]

김문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 공식 후보가 되면 좀 더 책임 있는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한 전 총리와) 서로 소통해서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후보 캠프의 김재원 공보미디어총괄본부장은 YTN 라디오에서 “김문수가 후보로 선출되면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한 전 총리 등이) 국민의힘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 결단을 통해서 단일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심에는 김 후보가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동훈 후보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빅텐트 구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요구에는 대선 승리 보다는 사실상 대선 이후 기득권 유지의 속내가 깔려 있다고 보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날 파기환송 판결로)이재명을 찍는 표는 사표가 될 테니 우리가 명분 있고 비전 있는 후보를 내면 이긴다”며 “다른 분들, 훌륭하시지만 지금 이 ‘개싸움’을 감당하실 분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본인이 중심이 돼 이재명과의 ‘진흙탕’ 싸움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빅텐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완주 의사를 피력하며 단일화 논의에 선을 긋고 있으나 이 후보는 범보수 진영 주자들 가운데 김·한 후보나 한 전 총리에게 부족할 수 있는 청년층과 중도·무당층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런 와중에 이 후보가 지난달 30일 한 행사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났다고 공개하고, 오 시장이 이날 한 전 총리와 오찬 및 쪽방 방문을 함께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빅텐트 구성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YTN 에 나와 “우선 대화를 먼저 해보겠다”면서도 “단일화나 빅텐트에 응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오 시장을 만나 뵌 것은 디딤돌 소득이나 여러 훌륭한 복지 정책에 대한 관점과 행정면에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게 많기 때문에 교류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면에서 오 시장이 어떤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