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대체할 '주택'은 무엇일까. 몸 누일 곳이 없던 시절에는 '내집'만 있어도 행복했다. 대부분의 주택이 비슷한 형태와 규모로 건설된 이유다. 양적 공급이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매매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미래가치에 주목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단독주택보다 생활과 관리가 편리해 주부들의 선호가 두드러졌다. 주기적으로 시세도 상승했다.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평수를 넓히고 시세차익 만큼 노후를 설계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아파트는 더할 나위없이 믿음직한 존재였다. 그렇게 오래 계속 갈듯 보였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예전만 못하다. 안정화 단계다. 지역에 따라 하락하는 곳도 생기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현재 주거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환경은 '웹(Web) 2.0'이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웹 1.0'과는 달리 '웹 2.0'은 쌍방향 통신과 참여가 가능한 패러다임을 말한다. '댓글'을 통해 공감과 소통이 자유로운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정보와 지식을 만들고 공유하는 열린 인터넷 세상이다.

집만 있으면 모든 것이 충분했다고 느꼈던 시절이 '주거(House) 1.0'이다. 당시에는 주택의 질보다 '은신처(shelter)'의 기능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오르고 덜 오르는 아파트가 생겼다. 특정 브랜드나 특정 지역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그냥' 아파트가 아닌 '특별한' 아파트가 출현한 것이다. 바로 '주거 2.0', 지금의 부동산시장이다.

'웹 3.0' 인터넷 환경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발전의 속도를 감안할 때 한층 진일보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그 방향을 잘 보여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는 '소통' 그 이상이다.

'주거 3.0'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이후(post Apt)'에 대한 모색이 활발하다. 도시에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전셋값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땅콩주택'이 그렇다. 최근에는 비슷한 취미와 생각을 공유한 동호인의 주택인 '땅콩밭'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옥으로 옮기거나 '제2의 주택'인 멀티 헤비테이션(Multi-Habitation)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모두'아파트 이후'의 주거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가격이 아니라, 가족과의 추억이 배어 있는 '진정한 주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바로 '주거 3.0'의 시장이 그렇게 천천히 시작되고 있다.

서정렬·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jysuh@y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