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세난은 계절적·단기적 이슈가 아닌 주택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수반한다.

전·월세난은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 물건 감소→전세보증금(또는 월세) 상승과 직결된다. 공급자(다주택자)의 임대시장 진입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높은 베이비 부머들은 은퇴 때 '임대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을 갖췄다.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고객(베이비 부머)을 위한 임대 상품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경제 논리다.

더군다나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 일부를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셈인데 실제 그런 주택 평면이 많다. 아파트 내부 공간을 구획해 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부분 임대형' 아파트가 그것이다. 이 아파트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대 수익을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1가구 1주택으로 2주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세 가격으로 '내집 마련'뿐 아니라 단독 주택에 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땅콩 주택(duplex home)'을 닮았다. 땅콩 주택은 하나의 단독 주택 필지에 합벽된 형태로 2가구가 생활하는 것이 한 몸 안 2개의 땅콩 알맹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부분 임대형' 아파트는 땅콩 주택의 아파트형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임대형 아파트의 생활권 구분은 거주하는 방의 위치로 구획되었다. 예를 들면 아파트의 내부 공간 일부를 떼내어 취사가 가능한 독립된 원룸을 만드는 것이다. 아파트 가운데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거실과 침실을 갖춘 집주인이 거주하고, 왼쪽은 월세를 놓을 수 있는 원룸으로 꾸미는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각각의 출입구를 갖는 1가구 2주택과, 한 채에 3가구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욕실·주방을 따로 둔 '더블 임대 수익형 평면'까지 보급되고 있다.

부분 임대형 아파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월 국토해양부가 중대형 아파트의 일부 공간을 30㎡ 이하로 분할해 부분 임대로 사용하는 경우 주차장 등 부대복리시설을 1가구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전세난이라는 '필요(needs)'가 새로운 상품,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셈이다.

서정렬·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jysuh@y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