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해안선 개발과 관련한 부산시 행정의 문제점은 사회적 합의 없는 해안선 독점, 통과의례로 전락한 국제공모전, 매립지 난개발 등으로 요약된다.

■국제공모전이 통과의례 되나

초고층 난개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부산시는 '국제공모전' 카드를 꺼냈다. 용호만매립지를 비롯해 ▷해운대AID아파트 재건축 ▷108층 솔로몬타워가 국제공모를 통해 초고층화의 길을 열었다. 아직까지 저층·저밀도 개발이 낫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공모 당선작은 없었다.

국제공모전은 허남식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인 (사)부산국제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부산시의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부산경실련은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제공모가 행정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산시가) 특혜에 대한 면죄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 계획 후 개발' 원칙이 무너지는 데 대한 우려도 높다. 부산민간투자포럼 공동위원장인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20일 "종합적인 도시·경관 계획에 근거해 초고층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상식이자 순서"라면서 "부산은 반대로 개발업자의 요구나 민원에 밀려 초고층을 허가하다 보니 기존 도시계획이 엉망이 되고 기반시설도 포화상태에 이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건물 가이드 라인'을 제정하겠다던 시의 약속도 유야무야된 상태다. 시는 2009년 9월 "도시경관 보호를 위해 건물 높이 가이드 라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가 최근 없던 일로 표변했다. 정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초고층 특별법이 경관·에너지·안전·높이에 관한 기준을 담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가이드 라인 수립이 무의미해졌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건물 방재기준을 담은 특별법과 부산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은 완전히 별개"라며 "구릉과 해안이 많은 부산에서는 입지 선정이 더 중요하다. 초고층 건물이 바다와 산을 다 가리더라도 건축법만 위반하지 않으면 제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한양대 신성유(건축학부) 교수는 2009년 9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지역경제 및 도시·건축계획 관점으로 본 초고층 건축' 포럼에서 "해안도시 부산에 적합한 설계 기준과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 부산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해운대와 낙동강변 초고층 특별지구 지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립지는 난개발 역사의 표본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자료에 남아 있는 부산의 최초 매립지는 남구 용호동 동국제강(현 LG매트로시티 아파트) 부지로 1963년 71만여㎡가 매립됐다. 지금까지 매립된 부산지역의 전체 매립지는 480만㎡에 달한다. 매립지는 대부분 개발 목적이 변경되거나 난개발됐다.

1987년 한진종합건설이 준설 장비 적치장 부지로 매립한 부산 서구 암남동 한진매립지는 20여년 동안 방치되다 2009년 준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뀌었다. 한진중공업은 1996년 이곳을 상업지로 용도 변경해 대규모 위락단지 건설을 계획했다가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포기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시는 송도해수욕장 일대 관광지 개발을 이유로 이곳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줬다. 

수영만·민락매립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수영만매립지는 시가 1986년 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 건설과 연계해 1983년 해운대지역에 부족한 상업용지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조성했다. 전체 면적은 39만6000㎡. 하지만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20여 년간 방치돼 오다 2000년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초고층 아파트촌'으로 자리잡았다. 부산 시민의 공유 재산인 바다가 상업지역에서 주거지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부산시는 여전히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다"고 자랑한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매립지 개발 때는 최대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한편 앞으로 개발될 매립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