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자재 전용마트 무방비 등 곳곳에 편법 운영 악용 소지

"인근 점포 주인들은 지금도 죽겠다고 난리입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0) 씨는 2009년 탑마트 감천점 사업조정 이후 감천동 골목 상인들의 상황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탑마트 사업조정 이후 오전 8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인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줄였지만 인근 야채 가게, 슈퍼마켓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동네 상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영세 상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이 편법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서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를 넘는 사업장은 제외한다'는 개정안의 단서 조항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정식 회장은 3일 "제조업체들의 식자재 전용마트 진출과 기존 대형마트의 편법 운영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얼마든지 물품 비율을 조절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관계자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조항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품목 제한' 규정이 빠진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이다. 영세 상인들은 아이스크림 등 식품류와 채소류 등 품목에 대한 판매 제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일부 상인들은 "소규모의 품목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 이양 역시 중소기업청장의 이행명령이 아닌 권고만 가능하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자는 법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주요 내용 분류 내용 적용 시점 각 기초단체장 조례 제정 시 규제 대상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업체   ※농협 하나로마트 등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를 넘는 사업장 제외 규제 내용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영업 제한, 매달 하루 또는 이틀 의무 휴업일 지정,위반할 경우 3000만 원 미만의 과태료 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