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은행을 대상으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착수 이후 금융회사 한 곳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고 자진신고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현재 은행연합회 등은 금리담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으나 해당 금융회사의 '커밍아웃'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에 따른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당장 금융소비자연맹은 금융회사에 대한 부당 이익금 반환요구를 검토하는 등 집단소송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CD금리가 은행채 3년물 금리 등과 달리 지난 3개월간 3.54%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담합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날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중의 한 금융회사는 공정위가 지난 17일부터 국내 10대 증권사와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자 CD금리 담합사실을 시인했다. 공정위는 이 금융회사가 최초 자진신고자에게 과징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리니언시'(Leniency)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들의 밀약사실을 먼저 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CD금리 담합과 관련한 그간의 의혹은 사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위도 사실상의 '물증'을 잡은 만큼 조사 속도에 탄력을 받게됐다. 하지만 후폭풍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진신고는 가계대출 문제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금융회사들이 금리담합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자체 조사에 불만을 표출한 금융당국은 이날 자진신고 소식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되면 금융당국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진신고 금융회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는 (공정위 조사와는 별도로) 제도개선 등 정책적인 접근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