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이 명절 특수까지 집어삼켰다.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과 고물가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설 대목 행진에도 제동을 걸며 유통업체들의 설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민국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대형마트는 물론 기업과 서민 가정까지 설날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썰렁하다. 이는 대형마트 매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불황과 영업규제로 지난달 대형마트들의 매출 신장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설 대목인 이달 역시 역신장이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침체와 치솟는 물가, 그리고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설 선물을 고르는 소비자의 눈길은 가격부담이 적으면서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알뜰형 상품과 실속형 선물에 쏠리고 있다. 특히 다른 선물세트에 비해 가격대가 높지만 개인 선물로 인기가 있는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경우 선물 가격대를 낮춰 구매하는 경향이 올 설에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마트가 소비자들의 명절 선물로 인기가 많은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4만 원 이하 저가 실속형 선물세트의 판매는 신장하고 10만 원 이상 선물세트의 판매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선물로 선호도가 높은 청과 선물세트의 경우에도 매출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선물세트의 가격대가 모두 4만 원 이하 상품이다. 4만 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 비중이 전체 청과 선물세트 매출의 40%, 3만 원 이하 선물세트는 30%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설의 4만 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 구성비 10% 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축산품도 지난해 설 한우 갈비 등 20만 원 안팎의 선물세트가 인기를 얻은 것에 반해 올해 한우 선물세트는 10만 원 이하 선물세트가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산 선물세트도 1만~2만 원대 멸치 및 김 선물세트, 5만 원대 영광굴비 기획 선물세트 등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경기 침체에 따른 '알뜰형 소비'가 설 선물 시장에도 위력을 발휘하는 데 맞춰 주요 유통업체들도 저가형 실속 제품의 물량을 대거 늘리고 올 설날에 첫 선을 보이는 신규 저가형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등 변화된 설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정성원 메가마트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