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에 맞게 100년 주택이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아파트 재건축 대신 일단의 보수나 리모델링만으로도 100년을 버티는 아파트 개발에 나섰다. 2011년 현재 주택보급률이 102.3%에 이르는 등 대규모 공급이 필요했던 공급시대가 지나면서 기존 주택의 주거 수준을 유지·관리하는 게 더 경제적이란 판단에서다. 또한 저성장 기조와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위축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2.7%에서 2010년 약 59%(818만 가구)로 커졌다. 하지만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교체하는 기간은 선진국에 비해 짧다. 영국은 128년, 미국은 72년이지만 우리는 27년밖에 안 되는 시점에서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어왔다. 건물의 뼈대인 콘크리트 수명은 100년을 버틸 수 있다. 문제는 30~40년 수명의 건물 내부 배선이나 배관이다. 내부 설비의 노후화로 인한 주거불편이 재건축의 명분이 되어 왔다. 내부 설비를 적정 주기에 교체할 경우 연평균 22조 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2015년부터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아파트 수명을 늘리는 최소 설계 기준을 따르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새 설계 기준은 집주인의 취향, 가족 구성원 수 등에 따라 내부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방식의 기둥식 구조로 집을 짓고, 한 가구에 설치한 벽은 쉽게 짓고 부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기둥식 구조로 집을 지을 경우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층간소음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1등급(최우수)을 받으려면 바닥을 이중으로 만들어 각종 배관과 배선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둬야 한다. 바닥을 열어 배관 등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소위 '100년 주택'을 지을 경우 기존보다 10~20% 안팎 초기 건축 비용이 더 들어간다. 이를 위해 인센티브를 도입할 예정이다. 용적률 등 건축 기준을 완화해주고, 조달청 공사에 입찰하는 건설사에 참가자격심사(PQ)에서 가점을 줄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수명이 긴 높은 등급(최우수·우수)의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재산세 등을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바야흐로 뼈대 있는 100년 주택 시대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