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프리카 생산비 걱정할 처지
- 장미 농가 소득 작년의 반토막

파프리카는 경남도의 농산물 수출 '효자'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가운데 일본으로의 수출물량이 가장 많다. 지난해 1분기에만 2892t을 수출해 193억38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엔저 여파가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00엔당 256원이 떨어지면서 농가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진주시 대곡면에서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찬 씨는 "5㎏들이 한 상자에 1600엔에서 1800엔 선으로 수출하고 있으나 상자당 평균 4000원 상당의 환차손을 보고 있다"며 "물량이 많을수록 손실이 커져 이제 생산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걱정은 일본 수출 부진이 국내 시장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종택(합천군 가야면) 씨는 "지난주 처음으로 농협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할 물량을 선적했으나 엔저 영향으로 값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본으로 보내지던 수출물량이 국내 시장에 풀린다면 결국에는 내수시장마저 악화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해의 대일본 주력 수출품인 장미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일본에 수출하고 벌어들인 금액은 7억6000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억4500만 원에 비해 무려 47%가 줄었다. 이에 아예 일본 시장 진출을 접는 농가도 적지 않다.

김해 대동화훼작목회 김윤식 회장은 "엔저가 심화되면서 수출해도 지난해의 70∼80%의 금액밖에 받지 못한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온통 적자"라며 "잘못하다가는 수출 물류비까지 물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섯이나 고추 등 다른 수출 작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물량 수출은 지난해보다 특별히 감소한 것은 없다. 그러나 엔저 때문에 수출이 늘수록 손에 쥐는 것이 없는 기이한 현상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러다 보니 품종 전환에 나서는 농가도 수두룩하다. 김해 화훼농가는 지난 2010년 수출농가가 27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한 자릿수로 줄었다. 한 화훼 농장 주인은 "정부가 엔저로 인한 농가 어려움을 고려해 지원한다는 말이 있어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지만 이제 수출은 한물갔다는 것이 생산자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