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 독립언론인 뉴스타파 최승호 프로듀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발표한 뒤 증빙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전 재산 29만 원' 전두환 씨
- 가족들 여전히 호화생활

- 25년 전 경제력 없던 삼형제
- 부동산 등 수백억 자산가로

- 檢·국세청, 사실 확인 돌입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어 주변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외로 골프를 치러 다니고 육군사관학교에 1000만 원을 기부할 수 있었을까. 전 국민이 의아해하면서도 그 실마리를 풀지 못했던 의혹이 이번에는 명백하게 밝혀질까.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3일 전 전 대통령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장남 전재국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에 비자금을 은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이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시기를 근거로 지목했다. 전 전 대통령은 비자금 축재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지금까지 312억 원만 납부했고 1672억 원이 미납돼 있다. 미납금 추징 시효는 오는 10월 11일까지다.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자신의 재산이 29만1000원밖에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 해 10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에서 79억 원이 그의 차남 전재용 씨 계좌로 흘러 들어 간 것이 밝혀지면서 전재용 씨가 구속됐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04년 7월, 장남 전재국 씨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웠다. 당시 전재국 씨가 페이퍼컴퍼니에 연계된 계좌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주고받은 e-메일에는 '전재국의 (다른) 은행계좌 돈이 막혀 전 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가 어떤 계좌에 예치해 둔 돈을 유령회사 명의의 계좌로 급히 이체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여전히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전 전 대통령이 1988년 백담사로 쫓겨나면서 재산 헌납 의사를 밝혔을 때 그의 재산은 연희동 집, 서초동 땅, 콘도·골프 회원권, 금융자산 23억 원 등이 전부였다. 당시 장남 전재국 씨는 미국 유학 중이었고 차남 재용 씨, 삼남 재만 씨도 사회생활을 하기 전이라 사실상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가 돼 있다. 장남 재국 씨가 1990년 만든 '시공사'의 자산은 290억 원이며, 그가 소유한 부동산은 최소 300억 원에 달한다. 재국 씨의 딸 수현 씨 이름으로 돼 있는 경기도 연천의 땅은 시가가 1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변변한 직업도 없던 차남 재용 씨도 50억 원대의 서초동 땅 지분, 90억 원에 이르는 이태원 고급빌라 3채, 도심 재개발 추진 대상인 서소문 일대 건물 등을 갖고 있다. 삼남 재만 씨 역시 한남동의 100억 원대 빌딩 소유주다. 전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연희동 사저는 부인 이순자 씨에게, 서초동 땅은 재국·재용 씨에게 물려줬다.

국세청과 검찰 등이 사실확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번 뉴스타파의 폭로로 전 씨 비자금 실체가 드러나 미납 추징금 환수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