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증명땐 공제 가능 불구
- 대부분 몰라서 혜택 못받아
사례 1.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사는 이경세(가명·80) 씨. 이 씨는 올해 5월 집주인이 4000만 원인 전세보증금을 1000만 원이나 올려달라고 해 은행 대출로 겨우 전세보증금을 맞췄다. 수입이라고는 결혼한 자녀들이 주는 월 50만 원이 전부였던 이 씨는 올여름 유례 없는 폭염에도 선풍기조차 제대로 틀지 않았다. 전세보증금이 오르면서 월 건강보험료도 1만1000원으로 5000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사례 2.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곽기훈(가명·32·부산 해운대구) 씨는 올해 4월 친척으로부터 4000만 원을 빌려 월세 집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월 1만 원가량 오른 건강보험료 공제를 받기 위해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했다고 건강보험공단 측에 설명했지만 사인 간 대출은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돌아섰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전·월셋값이 상승하면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도 덩달아 올라 서민들이 '겹고통'에 시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건보공단은 실효성 없는 보험료 공제제도를 운영할 뿐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불합리한 건보료 징수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유재중(새누리당·부산 수영) 의원이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월셋값 상승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변동 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775만 세대다. 이 중 소득이 미미해 전·월세 보증금만을 소득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납입하는 세대는 대략 월평균 300만 세대로 파악됐다.
특히 전·월셋값이 오르면서 소득이 늘지 않았는데도 이들의 건강보험료는 최근 4년간 평균 37%나 올랐다. 2009년 세대당 7295원이었던 월평균 보험료는 2010년 8022원, 2011년 8965원, 지난해 9639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6월에는 1만 원 이상(1만16원)으로 인상됐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수입은 2009년 2900억 원에서 지난해 3300억 원으로 무려 400억 원이나 늘었다. 전·월셋값 상승에 건강보험료까지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서민들의 고통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공단은 지난해 4월부터 '전·월세 보험료 부채 공제 기준'을 마련, 전·월세 보증금의 대출을 증명하면 보험료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1년이 넘은 지난달 현재 신청한 세대는 16세대에 불과했다.
마이너스 대출이나 사인 간 대출을 인정하지 않는 등 저소득층이 공제받을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차단했다. 더구나 이 같은 제도를 홍보조차 하지 않았다. 유 의원 측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마저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고 혀를 찼다.
유 의원은 "보험료 공제 기준을 실효성 있게 완화해 이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세 상승 따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증가 현황 |
구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6월 |
월평균 세대수 |
330만 |
300만 |
295만 |
286만 |
271만 |
총보험료 |
2900억 원 |
2895억 원 |
3184억 원 |
3300억 원 |
1630억 원 |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 |
7295원 |
8022원 |
8965원 |
9639원 |
1만16원 |
※자료 : 유재중 의원실, 국민건강보험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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