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총 등 2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공약파기를 규탄하며 차별 없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수령기준 1인 月소득 83만원
- 국민연금 가입 길수록 손해
- 12년 이상땐 1년에 1만원 ↓

26일 공식 발표되는 기초연금 정부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지급액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기초연금 지급기준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지만 정부안에 따르면 서울 주요지역에 99㎡(30평) 이상 아파트를 소유한 노인 부부는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청년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는 대부분 10만 원이 약간 넘는 기초연금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여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과 수령액 잠정안을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고가 아파트 소유자 못 받아

정치권을 통해 흘러나온 기초연금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 7월 시행되는 기초연금의 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과 재산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되는 노인이다. 홀몸노인 기준으로는 소득인정액이 83만 원 이하, 노인 부부 약 133만 원 미만이면 기초연금 대상에 든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 대상이라면 새 기초연금 대상에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대도시 지역에서 공시지가로 4억6000만 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노인 부부는 소득이 한 푼도 없어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홀몸노인 가구라면 집값 기준이 3억 원으로 내려간다. 자기 명의의 부동산 없이 금융재산만 있는 경우 노인 부부는 3억4000만 원, 홀몸노인은 2억2000만 원이 넘어가면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1년 길어질 때마다 1만원씩 삭감

수령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동된다. 두 연금 연계방안이 확정된 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하면 장기적으로 20만 원을 다 받는 인원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에 속하면서 국민연금에 아예 가입한 적이 없거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이면 20만 원 전액을 받지만 12년이면 19만 원, 13년에 18만 원 등으로 1만 원씩 삭감돼 20년 이상 가입자의 월 수령액은 10만 원으로 줄어든다.

■"장기가입자 역차별" vs "국민연금과 합치면 더 이익"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 늘어나면 수령액이 삭감되는 구조로 정부안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연금을 12년 이상 가입한 경우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은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를 상대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향후 평균 가입기간이 대부분 20년 이상 되는 현재의 청장년 세대들은 대부분 10만 원대(현재가치 기준이며, 실제 수령액은 물가상승이 반영됨) 초반의 기초연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공개된 국민연금 장기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는 30여년 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안의 얼개가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는 청년과 베이비부머를 차별하는 기초연금이라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나면 기초연금 월수령액이 1만 원 주는 대신 국민연금에서 얻는 순수이익(보험료 부담을 제외한 이익)은 1만 원 이상"이라며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하면 기초연금과 합산할 때 더 든든하게 노후가 보장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