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박스 분석 최대 6개월 소요
- 시정불량 탓 조종사 실수 분석
- 기계 결함 가능성도 배제 못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리콥터 충돌로 2명이 사망한 사고는 헬기가 지정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 착륙 직전 경로를 이탈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로 이탈 원인에 대해서는 ▷안개로 인한 시정(눈에 보임) 불량 ▷조종사 실수 ▷기계 결함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어 정확한 원인은 조사 당국의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야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 분석에는 최대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로 이탈 원인 규명이 핵심
17일 사고를 조사 중인 서울항공청의 발표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지난 16일 오전 8시46분께 김포공항을 이륙, 잠실 헬기장에 들러 LG전자 임직원을 태우려고 한강 변을 '시계 비행'(육안 비행)중이었다. 항공청 관계자는 "시계 비행은 관제 지시를 받지 않지만 잠실헬기장 이착륙 시 통상 시계 비행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포공항에서 이륙할 당시 이륙을 위한 시정 조건도 정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헬기도 충돌 지점에 접근하기까지는 정상 고도와 경로로 한강 상공을 비행했다. 하지만 한강 둔치에 있는 잠실헬기장 부근에서 갑자기 경로를 이탈, 아파트와 충돌했다.
이 때문에 짙은 안개로 인한 시정 불량으로 조종사가 위치나 고도를 착각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사고 지점에는 안개가 아파트를 덮을 만큼 짙었기 때문이다.
공군 관측소 중 사고 지점에서 약 5㎞떨어진 성남기지에서 측정한 가시거리는 이날 오전 9시 당시 800m,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같은 시간 측정한 가시거리는 1.1㎞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안개', 이상이면 옅은 안개(박무)가 낀 것으로 판단한다. 사고 당시 아이파크 아파트에는 불빛을 깜빡이는 '경광등'도 켜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아파트 외벽이 유리로 만들어진 특성 때문에 조종사가 착시 현상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성남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아파트 외벽 상당 부분이 유리로 돼 있는데, 여기에 한강과 같은 주변 풍광이 비치면 하늘에서 볼 때 물 색깔과 비슷해 물 위를 나는 듯 착각할 수 있다"며 "안개 등 기상 상황에 따른 시정 불량과 건물 특성에 따른 착시 현상이 사고 원인일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계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기종인 시콜스키 S-76C에는 시계비행이 불가능한 악천후에 대비해 계기비행을 할 수 있는 항법장치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충돌지점에 접근할 때까지 시계 비행을 유지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헬기 안전 강화 대책 마련
지난 16일 발생한 헬기 사고 현장에서 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헬기 잔해를 수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18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국내 33개 헬기 보유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국토부는 업체의 안전관리 현황과 조종사 교육훈련, 안전 매뉴얼 관리, 정비 적절성 등을 점검해 위법사항은 엄정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국토부는 항공안전위원회에서 마련 중인 항공안전종합대책에 헬기 안전 강화 대책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헬기 안전 대책에는 이번 특별 안전 점검 결과와 사고 조사의 결과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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