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 주요 내용

- 가족수 무관 가족수당 해당
- 성과급·인센티브는 불포함

# 노동계 '환호'

- 각종 수당·퇴직금 등 늘어나
- 노동환경 개선 전환점 기대

# 경제계 '패닉'

- 기업부담 年 12조~13조 증가
- 중소기업이 타격 가장 클 듯

1953년 근로기준법 도입 이후 개념 규정이 정해지지 않았던 통상임금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60년 만에 법률상 정의를 내리면서 이에 따른 파장은 경제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불안정 노동 극복할 것"

대법원이 18일 판시한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으로 요약된다. 1개월을 초과해 임금을 지급했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하거나(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면(일률성)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 기준을 근거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된다고 결론 내렸다. 또 자격수당과 근속수당(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 결정), 부양가족 수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가족수당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1988년 고용부가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만들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이 같은 상여금·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노동계가 소송까지 제기하며 줄기차게 요구해 온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를 인정한 뒤 이를 법률상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은 기업실적에 따라 일시적·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경영성과 분배금과 격려금, 인센티브는 보너스 개념의 '상여금'으로 불려도 특정기간의 근무실적을 평가해 지급액이 결정되는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을 인정함에 따라 당장 근로자가 받는 각종 수당과 평균 임금, 퇴직금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그간 기업들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낮춰온 탓에 노동자들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초과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이번 판결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는 단순한 임금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 노동을 극복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소 영세업체에 직격탄

하지만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재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 자료를 근거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추가 부담이 연간 12조~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대법원이 1임금산정기간(한 달)과 관계없이 정기성에 더 큰 중점을 둬 아쉽다"며 "향후 노동비용 급증으로 투자 위축과 신규채용 감소, 나아가 경기회복세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업들이 초과근로수당 인상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면 내년도 임단협을 놓고 노사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통상임금 확대 혜택이 초과근로나 상여금이 많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 관련 나머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소송을 당한 기업은 이번 판결로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과거 3년 치 임금차액과 소송제기 후 발생한 임금차액을 일시에 지급해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차, 한국GM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조는 통상임금과 관련돼 160여 개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르노삼성차 금속노조 지부는 2011년 부산지법과 창원지법에 각 3건과 1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참여는 노조원과 희망퇴직자 150여 명으로 1인당 2500만 원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판결로 르노삼성차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과거 3년 치 임금으로 최소 37억50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많은 부울경 지역 기업 대표들도 경영상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종업원 50여 명인 생산업체 A사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폐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건비가 20% 인상되는 것은 물론 4대 보험료, 퇴직금 등도 오르게 돼 현재 매출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다른 수당이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인건비가 오르다 보면 남는 게 없어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지역기업 대표들은 기본급과 수당 등 전반적인 임금 체계 개편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대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가한 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되 특히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