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서비스 기업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가 최근 인력의 절반을 감축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10년간 대표 서비스로 운영해 온 싸이월드를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SK컴즈는 대신 포털 검색사이트인 네이트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방침이다. 광고 매출로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안겨다 주는 핵심 사업인데다 그나마 검색 서비스가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 직원 절반 감축 '대수술 완료'…'애물단지' 싸이월드 포기

SK컴즈는 주력 사업인 싸이월드가 대형 외국계 SNS서비스의 힘에 가려 고전을 면치못하는 데다 포털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올 3분기까지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손실만 93억원에 달했다.

SK컴즈는 바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새해가 밝기도 전에 인력은 물론업무 공간도 절반 이상 줄이는 대수술에 들어간 것.

SK컴즈는 기존 750여명의 직원 수를 반으로 줄이는 인력 감축 작업을 최근 마쳤다고 25일 밝혔다. 부문별 최고책임자인 이른바 'C-레벨' 직급은 대표이사(CEO)를 제외하고 모두 없앴다. 조직 체계도 간소화해 기존의 17실·본부 64팀 체제를 8실·본부 19개 그룹·팀으로 다시 꾸렸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가운데 절반 정도인 350여 명이 이달 초 '희망퇴직'을 통해회사를 떠났다. 200여 명이 퇴사했던 지난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번에는 팀장급까지 희망퇴직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공간도 대폭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임광빌딩 4개 층(임대) 가운데 절반을 비우기로 한 것.

SK컴즈 관계자는 "작년 수준의 인력 조정 규모만으로는 현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단순히 직원 수나 업무 공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업 전반을 재조정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컴즈는 애초 계획대로 지난 10년간 주력 사업이었던 싸이월드를 '종업원지주회사(EBO : Employ Buy Out)' 형태로 분사하기로 했다.

결국 국내 1세대 SNS서비스인 싸이월드는 2003년 SK컴즈에 인수·합병된 지 10년 만에 다시 '벤처 회사'로 재창업하게 됐다. SK컴즈의 기존 인력 50여 명 가운데 30명 정도가 그대로 합류해 내년 1월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SK컴즈는 지난 2011년 11월 선보인 '글로벌 싸이월드' 베타(시험) 서비스 역시 내년 1월 중 종료한다고 밝혔다.

SK컴즈 관계자는 "베타 버전으로만 운영한 탓인지 글로벌 싸이월드의 가입자 수가 많지 않았다"며 "데이터 백업 지원 등 이용자 보호 방안을 조만간 확정해 가입자들에게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네이트 올인' 카드로 승부수…"'싸이메라'로 해외시장 개척"

SK컴즈는 싸이월드를 도려내는 대신 포털 검색서비스인 네이트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포털의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이 네이트를 회생 카드로 선택한 이유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포털 가운데 네이트의 검색 점유율은 현재 1∼2％ 수준. 그러나 SK컴즈는 다른 포털사와의 제휴를 통해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K컴즈는 현재 포털 업계 2위인 다음과 '검색 제휴 사업'을 준비 중이

며 다음 측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SK컴즈 관계자는 "야후-MS, 야후 재팬-구글의 전략적 제휴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보고 있다"면서 "일종의 합종연횡인 다음과의 제휴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월드컵 등 사회적 이벤트가 많은 만큼 뉴스나 동영상 등게시판형 서비스에서 콘텐츠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포털 게시판 가운데 우위를 보이는 네이트 '판'에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컴즈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 라인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메신저 '네이트온'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할 방침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포털 서비스의 주요 창구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계속 끌고 가야 할 주요 사업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SK컴즈는 카메라 서비스인 '싸이메라'를 외국 시장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다음 달 안으로 미국 등에 해외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인물사진 보정 기능을 갖춘 앱 '싸이메라'는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 미국, 유럽, 남미에서 높은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발판 삼아 글로벌 서비스로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SK컴즈는 "입소문 만으로 해외 이용자 비중이 70％가량을 차지했다"며 "본격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서면 글로벌 서비스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