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감시 강화·대비책 마련
- 원·달러는 1.5원 상승 마감

30일 원·엔 환율이 장중 한때 100엔당 900원 대로 떨어지면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1년간 가파르게 진행돼 온 엔저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수출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상승한 1055.4원으로 장을 마쳤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개장 전 1000원 선이 붕괴된 뒤 오전 9시 개장 직후 999.62원까지 하락했으나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1001원~1003원대를 유지하다 이 같은 수치로 올해 서울 외환시장의 마지막 날을 장식했다.

장중 원·엔 환율이 1000원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8년 9월 9일(장중 저가 996.68원) 이후 5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간 원·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1500원 선을 넘어선 뒤 1200원~16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지난해 말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이후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왔다. 올해 들어서는 1월 2일 장중 한때 1503.19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결국 마지막 날 1000원 선이 붕괴됐다.

특히 원·엔 환율의 이 같은 하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엔저 장기화'는 2014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지만 아베노믹스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내년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 특히 자동차·전기전자·화학 등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장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