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물품을 검색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현지 판매가+배송비만 부담
- 싼·수입 안된 상품 구입 매력

- 생소한 영문 용어·결제
- 복잡한 교환·환불절차 흠

- 정보공유 커뮤니티 가입
- 인터넷 강의·대행업체 유용

중견기업의 10년 차 과장인 이수빈(여·38) 씨는 최근 '직구질'에 흠뻑 빠졌다. 빡빡한 살림살이로 명품 쇼핑은 엄두도 못내고 있던 중 학교 후배들 통해 '직구'라는 세상을 알고 난 뒤부터다. 이 씨는 국내 백화점에서 200만 원 대인 모 브랜드의 가방을 배송비까지 포함해 120만 원대에 구입했다. 또 8살 된 딸에게 입힐 해외 브랜드 옷도 한국에서 구입할 때보다 무려 60% 가까이 저렴하게 구입했다. 이 씨는 "한국 백화점·아웃렛의 세일 가격도 외국 현지 판매가와 차이가 많이 나는데, 어떤 제품은 반값을 할인해도 '직구'보다 10% 이상 비싸더라"며 "내가 알고 있는 '직구'란 노력 대비 합리적 가격이라는 보상이 반드시 돌아오는 최적의 쇼핑"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소비로 정착

'직구'가 유행을 넘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야구가 아닌 시장에서다. 여기서 '직구(直購)'는 외국의 오픈마켓이나 의류 브랜드 등의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직접 구매한다는 것을 일컫는다. 야구의 '직구(直球)'가 투수가 포수에게 똑바로 던지는 구질의 공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의미로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직구를 하면 공식 수입원을 통해 한국에 상품을 들어올 때보다 상당히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직구의 대상이 되는 업체의 물류창고는 대부분 소비세가 없거나 낮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미국에선 뉴저지 댈러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주문할 때 배송지를 이 지역의 물류창고 주소로 적고, 배송대행업체가 대신 물건을 받아 한국에 보내주는 식이다. 소비자는 현지 판매가격에 배송비만 추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으로 수입되지 않는 물건도 살 수 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 가격이 150달러에서 200달러로 늘어난 것도 직구족들에겐 매력이다.

■'직구 강의'까지 등장

해외 직구족의 손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는 각종 해외 브랜드의 할인행사 기간. 주로 미국 브랜드가 타깃이다. 직장인 박민준(32) 씨는 "해외직구의 최대 장점은 미국의 세일 기간을 한국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여자친구 선물로 구입한 선글라스의 경우 국내 시중가 대비 3분의 1 수준"이라고 '직구'를 극찬했다.

문제는 직구가 수많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비교와 할인행사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적 비용의 지출이 상당하다. 게다가 초보자에겐 영문으로 된 관련 용어가 익숙지 않고 결제가 제대로 된 것인지, 배송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등 모든 것이 낯설다. 여기에 사이트에 기입한 개인정보도 유출 등 우려로 왠지 꺼림칙하다. 특히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고, 겨우 취소 요청에 성공하더라도 배송이 된 경우가 다반사여서 신중한 구매가 필요하다. 또 국내 제품과 옷 사이즈 표기가 달라 사이즈를 잘못 사는 경우도 있다. 분실·파손 등 제품 배송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직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정보공유 커뮤니티 등에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직구족을 위한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등장하고, 환불 등 해외 쇼핑몰과 직접 통화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시장 급성장… 불안한 국내 유통가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한 국제 특송화물의 국내 반입량은 1000만여 건으로, 2012년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전체 특송화물(1446만8000건)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가의 불안도 상당하다. 국내 백화점들은 이달 사상 최대 규모의 명품 대전을 준비하면서 "해외 직구보다 싼 값으로 물건이 나왔다"며 직구 시장을 의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비싸야 팔린다는 '고가 정책'이 자리 잡으면서 수입 브랜드의 가격이 올라가는 측면이 없지 않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로 몰리는 건 당연하다"며 "직구 열풍은 국내 유통가에 상당한 긴장을 불러왔고, 앞으로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직접구매 방법 (미국 현지 구매 기준) 원스톱  직구 외국사이트서 직접 구매해 물건까지 배송받는 경우(미국→한국) 배송 대행  직구 한국으로 배송을 해주지 않는 외국 회사의 경우 주문은 본인이 하되 배송은 이를 대행해주는 회사에 맡기는 경우(미국→미국→한국) 구매·배송 대행 직구 물건을 사는 것과 배송까지 모두 대행 회사에 맡기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