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

- 얼음 대륙…북극보다 추워

- 레오파드 해표 수중 포식자

- 펭귄 혹독한 환경에 잘 적응

# 북극

- 대부분 물,  에스키모 거주

- 멕시코 난류 영향 식물 자라

- 북극제비갈매기 육아 흥미

같은 극지라도 남극과 북극은 많이 다르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혹독한 추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곳에 사는 생명의 흔적은 그 근원부터가 다르다. 남극 대륙은 1억8000만 년 전 거대 대륙(곤드와나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땅덩어리 일부가 지구 남쪽으로 떠내려와 만들어졌다. 그 이후 내린 눈이 쌓인 채 다져지면서 대륙의 98%가 평균 2160m의 얼음으로 덮혀 버려 모든 육상 동식물이 멸종하고 말았다. 이에 비해 육지와 얼음으로 연결된 북극은 남쪽에 있는 육상 동물의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남극에는 인류가 터전을 잡지 못했지만 북극에는 에스키모족이 살고 있다. 

■남북극 어디가 더 추울까?

이러한 물음 자체가 우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추위를 느끼는 것은 상대적인 데다 남극과 북극의 어느 지점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은 현답을 내린다. 일단 양쪽 대표지역을 놓고 보자. 북극권에서 가장 춥다는 북동 시베리아의 오이먀콘 지역이 섭씨 영하 71도를 기록한 데 비해 남극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에서는 지구에서 측정된 최저 기온인 영하 89.6도를 나타냈다. 대표지역은 물론 같은 위도상에서도 평균적으로 남극이 북극보다 더 춥다. 북극은 대부분 바다로 이뤄져 열을 오래 잡아 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북극해로 흘러드는 멕시코 난류의 영향을 받지만 남극은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열을 쉽게 방출하는 데다 빙하로 뒤덮여 있어 태양열을 90% 가까이 반사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 동안 남극대륙으로 불어오는 강한 편서풍은 북쪽으로부터의 따뜻한 공기 유입을 가로막는다.

■남북극 먹이사슬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은 크릴(krill)을 먹고 산다. 남극대구, 남극빙어 등 어류에서부터 고래, 해표 같은 포유류와 펭귄, 가마우지, 스큐아 등의 조류에 이르기까지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은 크릴에 의존한다.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매달리는 현상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크릴은 인류의 식량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해양과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는 크릴의 자원량은 10억~50억t이다. 한 해 동안 인류의 수산물 소비량이 1억t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릴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만하다.

북극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에는 여름이 되면 꽃과 풀이 자란다. 북위 78도55분에 있어 남위 62도 13분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나 남위 74도37분에 위치한 장보고기지보다 위도상 더 높은 점임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만하다. 북극 지역에 식물을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적도 부근에서 올라와 열을 전달하는 멕시코 난류 때문이다. 이들은 북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록과 북극 토끼 등 초식동물이 식물을 뜯어 먹고 살며 북극곰, 북극늑대, 북극여우 등은 이들 초식동물을 먹이로 삼는 먹이사슬의 기초가 된다. 

■남북극 해양 포유동물

남극에서 발견되는 해양 포유동물은 웨델, 크랩이터, 레오파드, 코끼리, 로스 해표 등 다섯 종의 해표와 물개, 고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세종기지 인근에는 웨델해표가 발에 걸려 넘어질 정도로 많다. 온순한 웨델해표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힐끗 쳐다볼 뿐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해표는 다소 공격적이다. 특히 4m에 이르는 레오파드 해표는 날카로운 이빨을 번득이며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위협한다. 기자가 남극해에서 수중탐사를 벌일 때 뼛속을 파고드는 남극 바다의 차가운 수온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레오파드 해표의 출현이었다. 레오파드 해표에 쫓겨 물에서 도망쳐 나왔던 일은 얼음 바다에 갇혔던 기억과 함께 남극을 다녀온 후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북극권의 대표적인 해양 포유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수영능력이 뛰어나 먹이가 되는 북극해표를 찾아 바다를 헤엄친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북극곰이 쉴 수 있는 빙산이 녹아들면서 먹잇감이 되는 북극해표를 찾는 길이 멀어지게 되자 북극곰은 멸종위기를 맞고 말았다. 북극해에는 하버, 반지, 하프, 후드, 북극털가죽 해표 등이 있다. 북극 탐사에 나섰을 때 북극곰의 사냥 장면을 관찰하기 위해 다소 흔하게 발견되던 수염해표 주변에 머물곤 했었다. 하지만 짧은 체류기간 탓에 북극곰의 사냥 장면을 관찰할 수는 없었다.

■남북극 새

남극을 이야기하면서 펭귄을 빼놓을 수 없다. 펭귄은 혹독한 남극의 환경에 잘 적응했다. 남극의 바람과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촘촘하게 나 있는 깃털 바깥쪽에는 기름이 발라져 있어 물이 스며들지 못한다. 대개의 새는 잘 날기 위해 몸이 가벼운 편이지만 펭귄은 오히려 속이 꽉 찬 무거운 뼈를 가지고 강력한 날갯짓으로 헤엄을 친다. 남극에는 펭귄 외에도 남극제비갈매기, 켈프갈매기, 자이언트페트렐, 파란 눈 가마우지, 남극비둘기, 스큐아 같은 조류가 더불어 살고 있다. 

북극 탐사에 나섰던 기자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것은 북극제비갈매기의 육아법. 이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새 중 가장 먼 거리를 옮겨 다닌다. 4~8월 여름철에 번식해 10월이면 어느 정도 성장한 새끼를 데리고 여름이 시작되는 지구 반대쪽 남극으로 향한다. 이후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5월이면 여름이 시작되는 북극으로 다시 돌아온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를 남극까지 데려가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강하고 엄격한 육아법이 필요하다. 이들은 언덕 위에 알을 낳은 후 먹이를 물고 와서는 언덕 위아래에 번갈아 던져 언덕을 오르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새끼를 단련시킨다. 북극에는 북극제비갈매기 외에도 북극갈매기, 북극거위 등의 새가 살고 있다. 북극갈매기 등은 가파른 절벽에 둥지를 트는데 이는 굶주린 북극곰이나 북극여우 등 육상 포식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