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 144명 중 여성 1명

지난해 2월 부산지역 대학을 졸업한 2년 차 여성 직장인 최모(25) 씨. 회계학 전공을 살려 지역의 금융 관련 업체에 입사했지만 1년도 안 돼 이직을 고민 중이다. 금융 분야에서조차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형성돼 있는 데다 같은 일을 하고도 남자직원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등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여성친화적 정부 정책 확대와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확대됐지만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남성과의 '실질적 차별'은 여전하다. 회사 내 여성 임원 비율이 현격히 낮거나 근속연수·직무·보수 등 고용시장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가 남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6일 본지 취재팀이 '세계여성의 날'(8일)을 맞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부산지역 주요 기업들의 임직원 고용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34개)과 코스닥시장(37개)에 상장된 부산 기업 71개사의 직원 수는 총 2만5099명이다. 이 중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85.1%(2만1373명)와 14.9%(3726명)였다. 71개사 중 여성 직원이 남성보다 많은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임원의 경우 공시 보고서상 '남'·'여' 성별이 명시된 144명 중 여성은 1명밖에 없었다.

부산지역 여성 근로자들은 '일하는 기간'에서도 남성과 차이를 보였다.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남성은 8년 7개월, 여성은 5년 8개월이었다. 특히 코스닥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큰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남성(10년 5개월)과 여성(5년 9개월)의 차이가 배에 달했다.

문제는 임직원 수에서의 성별 불균형뿐 아니라 노동의 질과 급여에서도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계약직원 수를 공시한 34개사의 성별 계약직 근로자 중 각각 남성과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8.6%와 43.2%로 나타났다. 반면 71개사의 1인당 평균 연봉(임원 제외)은 남성(3495만 원)이 여성(2029만 원)보다 1.7배 많았다.

이는 부산의 주요 상장사들이 조선·해운·제조·철강 등 남성 중심 업종에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률 제고의 관건이 '여성 노동력 확보'에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부산지역 71개 상장사 성별 고용지표 현황 구분 남성 여성 직원 수 2만1373명 3726명 임원 수 (공시 기업 기준) 143명 1명 근속연수 8년 7개월 5년 8개월 1인당 평균 연봉 3495만2000원 2029만3000원 ※자료 : 금융감독원 등, 2013년 12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