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시간 동안 '세상과의 연결'이 끊겼지만, 혼란은 심각했다. 가입자 2700만 명으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의 통신장애에 따른 '통신 블랙아웃'은 일상을 혼돈으로 내몰았다. 10분, 30분, 1시간…. 휴대전화 통신 두절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시로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음성통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안부를 주고받던 습관에 균열이 생기자 걱정과 불안을 넘어 '멘붕' 상태에 빠졌다.

가장 큰 혼란은 커뮤니케이션 장애에서 비롯됐다. 친구와의 약속, 가족의 안부, 직장 동료·거래처와의 연락 등 모든 관계가 단절됐다. 대학생 김모(여·23) 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께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2시간 전만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할머니와 통화했는데 이번엔 결번이라는 안내음성이 나왔다. 김 씨는 "처음에는 할머니께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 가족 모두 크게 걱정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리운전 업계. 휴대전화가 생계 수단인 대리운전기사들은 "전화기를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했다. 부산 최대 규모 대리운전 업체인 A 사는 이날 하루 전체 고객의 20%에 해당하는 4000건의 배차 서비스를 놓쳤다. 대리운전기사들은 통신두절로 사실상 '강제 휴업'을 당한 꼴이다. 다른 이동통신사를 이용하는 일부 고객도 대리운전 서비스 요청 때 통화가 됐다가 정작 배차 시점에 통화가 안 되는 등 불편을 겪기도 했다. 따라서 전국대리기사협회는 SK텔레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교통 업체들도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영업에 지장을 받았다.

또 많은 직장인이 국내외 바이어와의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식은땀을 흘렸다. 김정민(32) 씨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김 씨는 "바이어가 네덜란드인이라 김해공항에서 통역을 만나 함께 가야 했는데 통화를 할 수 없어 1시간 넘게 공항에 서 있다가 겨우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촌극도 벌어졌다. 직장인 권모(54) 씨는 이날 밤 9시30분께 휴대전화로 부하직원에게 10통이나 전화를 걸었다. 업무상 긴급하게 지시할 게 있었다. 하지만 부하직원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권 씨는 비상연락망에 기재된 해당 직원의 집 전화번호로 걸어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동의과학대 컴퓨터정보계열 김종현 교수는 "현대인들의 삶은 휴대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통신이 두절될 경우 수천만 명의 일상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