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란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됐지만 그만큼 미래에도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산에 이렇게 '오래된 미래'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바구길'이다. '이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한다. '이야기 길'이 열린 지 지난 3월 6일로 1주년을 맞았다.

이바구길은 부산역 맞은편에서부터 시작된다. 백제병원(남선창고 옛터)~담장갤러리~초량초등, 초량교회~동구 인물사 담장~이바구충전소~168계단~김민부전망대~이바구공작소~장기려 더나눔센터~유치환의 우체통~게스트하우스 까꼬막~마을카페(천지빼가리)로 이어진다.

길이 열리기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동구청에 따르면 1년 동안 10만여 명이 다녀갔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길이 조성된 이후 인근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총연장 1.5㎞ 밖에 안 되는 짧은 길이 보여준 성과 치고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앞으로 보여줄 성과에 대한 기대다.

이바구길은 부산의 구도심에 위치한다. 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12.2% 수준이다. 부산은 13.2%로 전국 평균뿐만 아니라 6대 도시 중에서도 가장 높다. 부산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바로 이바구길이 위치한 동구 등의 원도심이다.

부산시는 이바구길 1주년을 맞으며 '2014년 융·복합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이바구길에 이 지역의 역사성을 살린 먹거리 사업으로서 '6·25 막걸리집'과 '168 도시락·국집', 그리고 이바구길을 찾는 탐방객과 공방체험자를 위한 '이바구충전소' 등 3개 시설을 포함시켰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살려 이들 시설에 현지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이바구길이 포함된 동구 초량동 일대는 도시재생 선도사업지역으로 선정됐다. 초량동 일대가 북항재개발사업과 부산역, 차이나타운과 연계됨에 따라 향후 '초량 이바구길'은 더욱 활성화될 기반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오래된 미래로서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인물, 장소, 건물 등이 부산의 문화적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제2, 3의 이바구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