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0일 타결됨에 따라 제조업과 비교해 취약한 농축수산 업계는 어떤 악영향이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농축수산 분야에서는 비교적 선방했다고 강조했지만, 농어민단체는 싼 가격을 앞세워 중국산이 대량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와 함께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가장 우려했던 쌀을 포함해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딸기 수박 복숭아 배 조기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이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우리 측 양허에서 제외되는 농산물 품목은 1611개 가운데 548개, 34%에 불과하고 나머지 66%는 부분 감축되거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효신 부의장은 "쌀이 양허 제외됐어도 가공용 쌀이나 저가 쌀이 들여올 여지는 있다"면서 "고추 등 양허 제외된 다른 품목도 밀수나 불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합천군에서 농사를 짓는 정세영 씨는 "농산물의 규모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 중국이 대규모 저가공세를 통해 우리 식단을 장악한다면 또 다른 경제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지역 농민회 등 농민단체는 지속적으로 대정부 규탄 운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천의 농민단체 간부는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쌀 적재 투쟁 같은 단순한 시위를 떠나 현 정권 심판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공동어시장 김형곤 총무과장은 "최대한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됐다고는 하나 중국과 같은 지역에서 조업하는 상황에서 불법으로 잡힌 수산물이 값싸게 들어오면 국내수산 생산 및 유통업계에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보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중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뿌리 뽑기 위해 조기 갈치 꽃게 멸치 같은 주요 불법조업 품목을 관세철폐나 관세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양허 제외' 품목에 포함했다. 지금까지 체결된 다른 나라나 경제권역의 FTA를 통틀어도 '불법조업물은 특혜관세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명시한 것은 한중 FTA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