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상승이 문제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시작은 서울·수도권부터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3만7502건, 서울은 1만2990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수도권은 4.2%, 서울은 10.4% 늘었다.

전세값 상승 여파에 따라 지방보다는 서울·수도권의 거래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전세값은 오르는 데 물건은 부족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아파트가 아닌 대체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매매를 결심하는데 그것이 바로 연립, 다세대 주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거래 신고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립과 다세대 주택의 매매 증가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선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 29% 늘어나는 사이, 연립은 50%가 증가했고 경기도에서는 중형 아파트 거래가 20% 증가하는 동안 다세대 주택은 31% 이상 늘어났다.

주거소비의 하향 필터링(filtering·여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격 상승이 전세물건 부족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대체 상품의 구매로 이어진 탓이다.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주거소비로서의 '하향 필터링'이 문제되는 것은 주택수요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상향 필터링을 통한 선순환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울·수도권발 '하향 필터링'의 전국적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런 탓일까. 정부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2.00%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1.75% 수준으로 낮췄다. 물가가 떨어지면서 소비도 위축되는 디플레가 우려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다세대, 연립주택의 매매 증가를 단순한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거 소비 차원에서 주택가격, 주택규모를 자발적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여건 변화에 따라 원하지 않는 낮은 주거의 질을 선택한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의 정확한 문제 파악과 바람직한 대책이 요구된다. '주거의 질'은 '삶의 질'과 같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서정렬·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