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역서 출발 시내버스 1대 뿐
- 노선조정·배차간격 단축 목소리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에 둥지를 새로 틀고 지난 16일 공식업무에 들어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청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 관련 기관의 클러스터화로 세계적인 해양수산 메카로 자리 잡을 거라는 기대에 부푼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부산 첫 출근길부터 직원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 탓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따라 부산으로 내려온 직원 250여 명은 한결같이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외딴 섬에 온 것 같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직원 3분의 1가량이 대연혁신지구 아파트에 사는데, 이곳에서 영도 동삼혁신지구 해양수산개발원까지 바로 가는 시내버스가 없다. 부산역에서 출발해 도시철도 1호선 남포동역을 거쳐 해양수산개발원으로 오는 시내버스가 66번 단 1개 노선뿐이다. 게다가 66번 버스의 배차간격은 20분으로 길다. 출근 시간 버스를 한 대 놓치면 지각할 가능성이 크다. 해양수산개발원 주위를 지나는 8, 30, 88, 101, 113, 135번 버스를 타면 경희어망에서 내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방향으로 900m, 10분 가량을 걸어야 한다.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부산에 오라고 해놓고 정작 이들 기관이 부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17일 "부산시의 손님 맞을 준비가 부족해 애써 만든 동삼혁신지구가 고립된 섬으로 전락할 판"이라며 "부산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에게 수차례 대중교통 확충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도 "버스 노선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개발원 최재선 기획조정본부장은 "당장 노선 조정이 어려우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배차간격을 단축해 달라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건의사항"이라고 전했다.
동삼혁신지구 주위에 음식점이 없어 식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해양수산개발원 김성귀 원장은 "서울 상암동 청사와 달리 부산 새 청사 주위에 식당이 없어 점심 먹기가 어려워 17일부터 청사 6층에 구내식당을 운영한다"며 "야근이 잦은 업무 특성과 가족을 두고 내려온 직원의 건강을 고려해 다음 달부터 저녁까지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