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센터에 입주한 마이너스원의 김나단(왼쪽), 김인경(가운데) 대표와 문유희 사원. 아래 사진은 부산 용두산공원 전경을 담은 팝업카드. 백한기 선임기자

- 용두산공원 등 디자인 팝업카드
- 감천주민에 공정맡겨 혜택 환원
- 디자인센터 프로그램 통해 성장
- 내년 예비사회적기업 신청계획
- 지자체 차원 판로확대 지원필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디자인센터 5층에는 창업 2년 만에 사회적기업으로서 큰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마이너스원'의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은 김인경(여·26), 김나단(31) 공동대표와 문유희(여·24) 사원의 책상 세 개로 꽉 채워질 정도로 작지만 그들의 포부와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았다.

마이너스원은 친환경 재료인 종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특색과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감천문화마을과 용두산공원의 모습을 담은 팝업카드이다. 카드를 펼치면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과 용두산공원의 전경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의 카드이다. 최근 낙동강 홍보 책갈피와 낙동강철새인형 5종 핑거토이도 개발했다.

김나단 대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부산에 제대로 된 관광상품이 없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 같은 카드를 제작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김인경 대표는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관광객이 마을에 많이 찾아오면서 주민의 생활이 불편해졌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관광산업 발전이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관광상품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마이너스원은 감천문화마을 주민에게 카드 제작 공정 중 포장 등 일부분을 맡겨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카드가 많이 판매될수록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이다.

마이너스원은 2013년 7월 부산디자인센터의 '1인 창조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인경 씨가 대표를 맡고, 김나단 씨는 퇴사 후 팀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이들은 지난해 4월 부산디자인센터의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마이너스원은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부산시 예비사회적기업에 신청할 계획이다.

취업을 마다하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김인경 대표는 "내가 한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록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게 창업의 매력이었다. 김나단 대표도 비슷했다. "대학 졸업 후 작은 디자인회사부터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다녀봤어요. 대기업은 보수도 좋고 근무시간도 적당했지만 생동감이 없었어요. 지금은 밤늦게까지 일하고 보수도 적어졌지만 만족도는 훨씬 커요."

공정을 전혀 몰랐던 두 청년은 시장과 공장을 수도 없이 찾아다니며 거래를 트고 제품을 제작했다. 지엽사와 인쇄소 등에 물건을 맡길 땐 "기본도 모른다"며 혼도 많이 났다고 한다. 갖은 고생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시장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종이로 만든 벽걸이형 수납케이스, 종이로 만든 시계 등 홈 인테리어 제품을 온·오프라인 편집매장에 납품하는데 판매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기업 본연의 책무인 부산 관광상품 판매이다. 마이너스원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카드는 감천문화마을에서 판매하고, 용두산공원 카드는 한 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지만 더는 판매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판로가 없으니 관광상품을 추가로 기획·제작하는 것도 어렵다. 김나단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고 자본금이 없어 판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품부터 만들 수가 없다"며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부산의 특색을 담은 기념품을 판매할 곳을 더 마련한다면 마이너스원뿐만 아니라 부산 관광산업 전체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