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비율에 따라 의결권 배분
- 주도국 中은 최소 50% 확보 추진
- 한국 2, 3위는 돼야 영향력 행사

- GDP 기준으로 순위 매기면 불리
- 회원국 설득할 새 논리 개발 필요
- 대북관계 개선 호재될 가능성도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관련해 지분율 높이기에 나선다. 또 앞으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상임이사국 자리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정부 2, 3 순위 지분율 확보 과제

27일 기획재정부 최희남 국제경제관리관과 송인창 국제금융정책국장은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구 벡스코 및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진 배경 설명회를 통해 "AIIB 가입이 확정된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과 역량에 걸맞은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지분율을 확정할 경우 한국의 순위가 다른 나라에 뒤지므로 외환보유고나 국제사회 기여도 등 GDP를 대신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자는 논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재부 측은 AIIB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하면 사무국에 대한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은 중국 주도로 운영이 될 AIIB에서 한국이 일정 지분을 차지하지 못하면 앞으로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중국은 최소 50% 이상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분율에 따라 의결권 지분이 정해지는 국제기구 성격상 중국은 막대한 힘을 가지게 된다.

국제기구에서 지분율 50%는 유례가 없는 수치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BD)의 지분율은 일본 15.7%, 미국 15.6%이다. 중국은 5.5%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이 최대 지분을 갖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 지분율 순위 2, 3위를 해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AIIB는 지분율 배분 기준을 각 나라 간 GDP 규모로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현재 AIIB 가입 의사를 밝힌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한국의 GDP 규모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호주가 가입하면 순위는 더 뒤로 밀린다.

■상임이사국 운영 시 진입 절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 과정에서 GDP 외에 다른 수치를 응용하자는 주장을 하기로 했다. 여러 국제기구 가운데 지분율 순위를 정할 때 GDP를 기준으로 하는 기구는 한 곳도 없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회원국과 힘을 합쳐 중국의 지분율을 내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AIIB에 30개국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라 중국의 지분율이 애초 의도대로 50%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AIIB 회원국 간 최종 지분율은 오는 6월 확정된다.

상임이사국 확보도 정부의 향후 과제다. AIIB는 아직 상임이사국 운영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국제기구가 효율적인 운영과 회원국 간 기여도를 토대로 상임-비상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택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때 우리나라가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하면 AIIB 가입 취지가 퇴색된다. 한국이 가입의 최대 이점으로 분류한 아시아권 인프라 시장 확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아시아권의 경우 통신 에너지 교통 분야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한국의 AIIB 가입을 계기로 국내 관련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AIIB 가입이 대북관계를 개선하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북한은 AIIB 가입 조건(ADB 및 세계은행(WB) 회원국)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총회 승인을 거치면 비회원국에도 자금 지원이나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돼 필요할 경우 북한도 AIIB의 투자 지역이 될 수 있다. 만약 국내 기업의 북한 투자가 이뤄지면 경색된 남북관계 호전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