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물 1000억·차입금도 400억
- 지역경제까지 타격 우려
- 정부차원 융자 등 구제책 절실

중국 대련시 STX대련그룹 파산으로 지역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게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정부와 금융기관에 유동성 해소를 위한 특별 저리융자 등 구제책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부산시와 조선기자재업계에 따르면 STX대련그룹 파산으로 부산과 경남 조선기자재 업체 67개사가 1180억 원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STX와 함께 현지에 진출해 공장을 설립한 현물 투자도 비슷한 규모인 데다 투자를 위한 차입금도 400억 원이 넘어 총 2500억 원이 넘는 피해가 예상된다. 이들 조선기자재업체 대부분이 부산업체여서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STX대련그룹은 조선 엔진 금속 중형장비 등 6개 법인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3월 청산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1차 경매가 유찰됐다. STX대련그룹 산하 6개 법인에 투자된 금액은 총 10조 원에 달하지만, 1차 경매액은 투자액의 10%도 안 되는 98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지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향후 두 차례 이상 유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차례 유찰될 때마다 금액이 20%씩 감액되기 때문에 최종 청산가치는 6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산 금액은 채권 비율에 따라 균등분배하는데, 현재 STX대련 조선유한공사 하나의 법인에 대한 채권신청액만도 1조3000억 원에 달해 전체 6개 법인을 청산해도 채권단이 건질 수 있는 금액은 미미하다. 또 채권 추심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지역 조선기자재업체가 채권 신청이나 현지 공장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업체당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가량의 투자금 대부분을 대손처리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조선경기 침체와 저가 수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는 조선기자재업체들이 투자 실패에 따른 유동성 문제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조선기자재업계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구제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A 기자재업체 대표는 "대손 처리에 따른 유동성 악화와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기자재업계는 설상가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내년부터 조선경기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를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부산시, 금융기관 등에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특별 저리 융자 등 구제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