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옛 미화당 앞에서 사회적기업 '문화쉼터'가 운영하는 14인조 '노신사밴드'가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평균나이 70세 14인조 밴드 운영
- 매주 남포동 무료급식 자선 공연
- '스타킹' 출연 1등한 후 인지도↑

- "휴식·공연 어우러진 신사업 통해
- 안정적 수익 구조 만들고 봉사"

"매주 일요일 오후 5시30분 남포동에 '데오빌로 노신사밴드(노신사밴드)' 공연 보러 오세요."

노신사밴드는 부산의 사회적기업 '문화쉼터'가 운영하는 14인조 브라스밴드(brass band)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노신사'로 이루어진 음악공동체이다. 단원의 평균 나이는 70세로 65세 이상 시니어가 대부분이다. 최고령인 86세 단원도 2시간에 달하는 공연에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밴드 구성원 14명 중 10명은 문화쉼터에 고용돼 있고, 4명은 자원봉사 형식으로 연주에 합류한다.

노신사밴드는 2009년부터 한결같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30분가량 중구 남포동 옛 미화당 앞에서 자선공연을 펼친다. 문화쉼터 강형식(63) 대표는 "큰 비나 눈이 오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공연을 진행한다. 관객의 열기가 뜨거워 1시간30분 만에 끝내지 못하고 2시간 동안 연주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자선공연에 나서게 된 계기는 무료급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문화쉼터는 매주 한 차례 노숙인 300~350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있다. 무료급식을 한 번 나갈 때 드는 비용은 40만~45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강 대표는 "거리를 지나가다 공연을 본 시민이나 관광객이 1000원부터 1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으로 기부를 한다. 신기하게도 한 차례에 공연을 나가면 무료급식 한 회에 드는 자금이 얼추 모인다. 아마 보는 사람들이 노인들의 공연에 감동을 받고, 자신들도 무료급식에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신사밴드의 시작은 26년 전인 1990년대 초이다. 한 교회의 목사이기도 한 강 대표가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몇몇 교인들과 합심해 거리공연을 나가기 시작했다.

문화쉼터 강형식 대표

"처음엔 기독교 음악만 연주해 청소년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웃음). 이후엔 청소년들이 즐기는 대중음악을 들려줬지요. 소문을 듣고 점점 많은 단원이 합류해 7인조에서 10인조, 12인조, 지금은 14인조의 빅밴드가 됐습니다."

문화쉼터는 2011년 부산시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예비사회적기업 심사에서 두 번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 도전 만에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기업'으로서 수익 창출 구조가 빈약했던 탓이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여전한 고민거리이다.

문화쉼터의 수익 구조는 공연이 60%, 음악교육이 40%이다. 지난해 매출은 1억3000만 원가량이었다. 대부분 인건비와 차량운영비, 악기 할부금 등으로 지출됐다. 내년 5월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이 종료돼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끝나면 자립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른다.

이에 노신사밴드는 차별화 된 퍼포먼스 등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단원이 14명이다보니 한 번 움직이면 비용이 수백만 원 든다. 그래서 초청하는 쪽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게 사실이다.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퍼포먼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4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1등을 한 뒤로 노신사밴드를 찾는 연락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문화쉼터는 장기적으로 숙박과 공연이 조화된 신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도심과 멀지 않은 기장 쪽에 휴식과 공연이 어우러진 펜션을 짓고 싶습니다. 숙박시설 옆에는 교도소 재소자들의 자립을 도울 주말농장을 운영해 펜션에 신선한 채소도 공급하고요. 아직은 꿈만 꾸고 있지만 언젠가 이루어 질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