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재뿐 아니라 철강·기계 등
- 후방산업 직접 타격 불가피

- 전체 비중 동남권 경제의 57%
- 영세업체 휘청거릴 우려

- 엔저·저유가 속 中 경기악화
- 대표업종 자동차도 부진 지속
- 지역 경제 전체가 위기

국내 조선사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실적 쇼크'(본지 30일 자 1면 보도)로 동남권 제조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선업이 해당 산업의 기자재 업체뿐 아니라 철강 기계 등 후방산업과도 연결돼 있어 이들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내수 부진과 엔저 지속,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등 올 들어 발생한 국내외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이라 제조업을 포함한 동남권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후방업종 동남권 경제 57%

국내 조선사 빅3의 '실적 쇼크'가 조선뿐 아니라 철강과 기계 등 지역 제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선박건조를 위한 용접을 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30일 부산지역 주요 경제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올 2분기 5조 원에 육박한 조선 빅3사의 영업손실 여파는 조선기자재 업체를 넘어 철강 금속 기계 화학업종의 중소 제조업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백충기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업 자체가 이들 업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전후방 상관관계 등을 고려할 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동남권 경제에서 후방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아 조선업의 침체는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화학(12.3%) 기계(10.8%) 금속(10.5%) 철강(6.0%) 등 동남권 경제에서의 후방산업 비중은 2013년 부가가치 기준으로 39.6%에 달한다. 조선업(17.5%)까지 합치면 57.1%를 차지한다. 대형 조선사의 실적 쇼크 여파가 이들 업종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경우 동남권 제조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거래소(KRX) 업종코드상 '일반 목적용 기계 제조업'을 영위하는 경남지역 상장사 두산엔진은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부진으로 올 2분기 66억700만 원 규모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같은 업종에 속한 두산중공업(경남 창원)의 당기순손실 규모도 250억 원에 달했다. '1차 철강 제조업'을 영위하는 부산지역 상장사 한국선재는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지난달 말 형강제조 부문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특히 철강업은 조선업 침체뿐 아니라 국내 철강 1위 업체인 포스코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맞물려 총체적인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부산지역 제조업 전망 최악 수준

문제는 동남권 경제의 제조업 위기가 단순히 조선업 한 분야에만 닥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엔저 현상과 저유가, 중국의 경제 악화와 최근의 메르스 사태 등으로 자동차를 포함한 동남권 대표 업종의 부진이 지속되는 와중에 조선 빅3의 실적 쇼크까지 더해져 지역 제조업, 나아가 동남권 경제 전체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한 1조7509억 원을 기록했다.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6507억 원)과 당기순이익(7465억 원)도 1년 전보다 각각 15.5%와 27.1%나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동남권 자동차 부품업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조선기자재 업체처럼 자동차 부품업체 역시 연쇄적인 2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부산상공회의소는 "올해 3분기 부산지역 주요 제조업체 350곳의 경기전망지수(BSI)가 87을 기록해 여전히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조업과 관련한 지역의 고용악화 우려도 크다. 조선업의 경우 대형 조선사의 위기로 선박 발주량 등이 감소하면 이와 관련한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산경제진흥원 이상엽 선임연구위원은 "조선 빅3사의 실적 부진이 조선기자재 업체에 연쇄적으로 작용하면 발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조선업뿐 아니라 후방산업 전반의 고용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